세월호 침몰 사고와 일본의 관심

[글로벌 리포트 | 일본]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 이홍천 게이오대 교수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 방문도 한국의 세월호 침몰 사건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을 돌리지 못했다. 경쾌한 발걸음으로 에어포스원의 트랩을 내려오는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도, 일왕에게 경의를 표하는 만찬 장면도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미·일 정상 회담이 공동성명 발표로 이어지지 못했다. 또 공동성명 발표를 미루면서까지 거듭했던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 협상도 극적인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났다. 미·일 동맹을 과시하려 했던 아베 수상의 의도는 빗나갔다. 뉴스 밸류가 높은 기사거리가 없었던 것도 일본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데 한몫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으로 떠나기 위해 에어포스 트랩을 오르는 장면과 함께 관련 보도도 슬그머니 줄어들었다.

이와는 달리 일본인들의 관심을 모은 것은 세월호 침몰 뉴스다. 지난 16일부터 일본 최대의 뉴스 포털사이트 야후 재팬의 액세스 상위권에 세월호 뉴스가 빠진 날이 없다. 지난 27일에는 액세스 순위 상위 20위 내에 한국관련 뉴스가 5건이나 등장했고, 이 중 4건이 세월호 침몰 사고 뉴스였다. 뉴스 순위는 6시간 동안 이용자들이 얼마나 액세스했는지 합계를 내어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뉴스에 대한 액세스가 지속되어야 한다. 세월호 관련 뉴스는 같은 날 댓글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했고, FB에서 화제가 된 뉴스 순위에서도 16위를 차지했다.

한국도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을 포함해 일본에서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자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참사에 대해서 일본 언론이 많은 뉴스를 내보내고 또 일본인들이 이들 뉴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이웃나라 국민으로서는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문제는 어떤 뉴스가 가장 관심을 끌었는가라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에 대해서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한국언론이 보지 못했거나 미처 깨닫지 못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 28일 액세스 순위 4위를 기록한 뉴스는 ‘한국 여객선 침몰에 일본을 배워라…마지막까지 배를 지킨 일본 선장, (일본은) 구조율 96%’라는 제목으로 산케이신문이 올린 기사였다.

기사는 일본이라면 이런 사고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일본의 재난 구조 체제가 한국보다 수십년은 앞서 있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또 2009년 미에현에서 발생한 페리 사고에서 당시의 선장은 매뉴얼에 따라서 구조를 요청하고 선원들과 탑승자들의 구조를 확인한 다음 배를 떠났고, 선원들은 일일이 객실을 돌면서 탑승객들의 탈출을 도왔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이런 노력들이 해난 사고에서 인명피해를 줄였다는 것이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선원들은 한명도 피해를 입지 않은 반면 많은 학생들이 희생된 이유를 찾기 위한 사례로 인용된 것이다. 일본에는 한국과 달리 해양사고 신고전화 118번이 있고, 사고 대응에서부터 구조까지 체계적인 준비와 매뉴얼이 갖춰져 있다. 반면 한국은 스피드를 우선시 하면서 안전은 무시되고 있다며 이는 개도국 수준이라는 국내언론의 자책이 소개되었다.

기사는 게재된 지 1시간30분만에 액세스 순위 10위에서 6위로 상승했고, 28일 월요일 오후에는 4위에 올랐다. 이 기사는 댓글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삼류국가다’, ‘한국은 아직 개도국’이라는 한국언론의 자국 비판 보도는 혐한보도를 일삼는 일부 주간지들에게 ‘한국 깎아내리기’ ‘한국 비아냥거리기’ 재료로 이용되고 있다.

2011년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1만5천여명이 사망했고 3년이 지난 지금에도 2600여명이 아직도 행방불명 중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사고로 반경 30㎞ 이내는 사람이 살지 않는 유령마을로 변했고 언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 있는지 누구도 기약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일본은 삼류국가’라고 자책하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도 많은 언론들이 피해지역의 실상과 복구상황에 대한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 세월호 보도가 미치는 영향은 강력하다. 재해보도가 또 다른 재해가 되어서는 안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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