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원인·책임 명확히 규명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4.30 15:48:48
수많은 어린 생명들을 삼켜버린 진도 앞바다는 오늘도 거센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사고 발생 이후 온전히 맑은 날이 며칠이나 되는 지 뿌연 하늘에선 연일 비가 내리고 있다. 희생자들이 차디찬 주검이 되어 한 명, 두 명 돌아올 때마다 항구엔 적막감이 감돈다. 슬픔과 충격, 분노가 인간의 한계치를 넘어설 때 나타나는 그런 침묵이다.
진도 앞바다의 비통함은 안산을 거쳐 전 국민에게 퍼져갔다.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많은 생명이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안타까움에 전 국민의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게 세월호 침몰 사고는 사상 최악의 해양사고로 치닫고 있다.
사고에 대처하는 정부와 사고를 보도하는 언론은 세월호와 함께 침몰했다. ‘국민의 74%가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 85%가 이런 사고가 또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우리를 또다시 슬프게 한다. 정부 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얘기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전달하는 주류 언론을 믿을 수 없다는 얘기와 같은 말이다.
국민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취재진을 투입했다는 KBS, MBC 등 대형 공영방송 대신 국민 후원금에 의지하는 고발뉴스와 뉴스타파의 보도를 더 믿고 있다.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JTBC 뉴스에 강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KBS는 세월호 참사로 뉴스 수요가 급증했음에도 오히려 시청률이 급락한 반면 JTBC 뉴스는 시청률이 3배나 올라 MBC 시청률과 비슷해졌다고 한다. 고발뉴스 같은 대안 방송에는 매일 신규 후원자가 쇄도하고 있다.
주류 언론의 붕괴는 사고 첫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초대형 오보를 내면서 예고됐다. 단순히 기사가 잘못 나간 수준이 아니라 사고 초기 구조작업에 중대한 혼선을 초래했다. 정부당국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다 오보를 반복하고, 첫 사망자가 나온 직후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를 보도함으로써 실종자 가족들을 분노케 했다.
해경과 해군의 구조작업을 부풀리고, 대통령 띄우기에 나선 공영방송 메인 뉴스에도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반면 하루 종일 뉴스를 했음에도 사고 이후 초기 구조작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MBC의 경우 4월16일부터 22일까지 재난 대응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 아이템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군사정권이나 유신정권 때도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원인과 구조의 문제점, 담당 공무원의 책임을 추궁하는 기사가 쏟아졌었다. 어이없는 사고에 어이없는 뉴스다. 심지어 한 공영방송에선 피해자 가족들을 폭도로 매도하는 아이템을 만들라는 간부의 지시가 내려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련의 보도 뒤엔 비판 여론을 통제하려는 권력이 있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사고 이후 정부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며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재난상황반을 편성해 ‘방송사를 조정통제’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유언비어 차단을 명분으로 사업자에게 게시글 삭제를 요구하는 등 세월호 관련 여론을 통제하려 했다.
하지만 뉴스의 모든 책임은 언론 그 자체에 있다. 대형 재난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규명해서 재발 방지의 초석을 삼도록 하는 건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사명이다. 권력의 요구와 압력이 아무리 거세어도 최소한의 기본은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도 언론으로 불릴 수 있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