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 전망과 유럽연합의 진로
[글로벌 리포트 | 북유럽] 서현수 핀란드 땀뻬레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연구원
서현수 연구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5.07 14: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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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현수 연구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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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22일부터 25일까지 유럽 의회(European Parliament) 선거가 열릴 예정이다. 유럽 의회는 28개 회원국 정부 대표들로 구성된 유럽연합 이사회(The Council of EU)와 더불어 유럽연합의 입법 기능을 담당하는 기구이다. 전후 유럽철강공동체(ECSC)와 유럽경제공동체(EEC) 시기에는 회원국 의회가 임명한 의원들로 구성되었으나, 1979년부터 회원국 유권자들에 의한 직접 선거로 의원들을 선출하고 있다. 복잡한 거버넌스 시스템을 갖고 있는 유럽연합(EU)의 주요 기구들 중 현재 유일하게 회원국 시민들에 의한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대의기구이다.
5년마다 실시되는 유럽 의회 선거는 회원국이 정한 선거제도에 따라 행해지는데 국가별 인구수에 비례해 의석수가 할당된다. 이번 선거에서는 총 751명의 유럽의회 의원들이 선출될 예정인데 인구가 많은 독일이 96명, 프랑스가 74명, 영국과 이탈리아가 73명을 차지하며, 인구가 작은 키프로스, 말타, 룩셈부르크에서 6명씩 선출된다. 북유럽 국가들 중 EU 회원국인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에서도 유럽 의회 선거가 실시되며, 인구 약 950만명의 스웨덴이 20명, 약 550만명의 핀란드와 덴마크가 13명씩을 선출할 예정이다.
이번 유럽 의회 선거의 한 가지 새로운 제도적 특징은 2009년 발효된 리스본 조약에 따라 유럽 의회 선거 결과로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의 위원장(President)을 선출하게 된 것이다. 이른바 유럽연합의 ‘민주적 결함(Democratic deficiency)’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유럽연합의 정책 결정에 유럽 시민들의 민주적 의지를 더 잘 반영하려는 제도이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의 주요 정당 그룹들은 집행위원장 후보들을 별도로 선출해 경쟁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 우파 정당들의 연합인 EPP(European People’s Party)와 중도 좌파 계열 정당 연합인 PES(Parties of European Socialists)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며, 새 집행위원장도 이들 정당 그룹에서 배출될 가능성이 크다. EPP에서는 장-끌로드 융커(Jean-Claude Junker)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PES에서는 현 유럽의회 의장인 독일 출신 마틴 슐츠(Martin Schulz)가 출마한 상태이다.
전통적인 기성 정치세력을 대표하는 두 정당 그룹은 2008년 이후 계속되는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위기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EU 차원의 경제, 재정, 사회 정책의 방향 (신자유주의적 긴축 정책 대 사민주의적 재정 확대 정책 등)을 둘러싸고 논쟁하고 있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끌고 있는 쟁점은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약진 여부이다. 영국 독립당(UKIP)과 프랑스 국민전선(FN) 등은 경제 위기 이후 고조돼온 대중들의 반(反) EU 정서에 편승해 이번 선거에서 상당한 지지율을 기대하고 있다. 이들 우파 세력들은 선거의 쟁점 자체도 EU 존립 자체를 둘러싼 이슈들(EU 통합 반대와 반(反)이민정책 등)로 이끌어가려 한다.
이미 상당수의 유럽 국가들에서 정치적 근거지를 확보한 이들 정당들은 북유럽에서도 점점 위세를 떨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핀란드에선 지난 2011년 총선에서 원내 제3당으로 도약한 핀란드인당(The Finns)이 이번 유럽 의회 선거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스톡홀름 주변으로 이민자 2세대 청년들의 소요사태를 겪은 스웨덴에서는 스웨덴 민주당(The Sweden Democrats)이 2010년 스웨덴 의회 진출에 이어 첫 유럽 의회 진출을 노리고 있다. 덴마크에서도 복지 시스템과 이민 정책이 이슈인 가운데 덴마크 인민당(The Danish People’s Party)이 20%를 넘나드는 지지율을 과시하고 있다.
한편, 이번 유럽 의회 선거를 계기로 눈여겨보아야 할 또 하나의 이슈는 우크라이나 사태이다. 특히 크림 반도의 러시아 병합을 계기로 푸틴이 이끄는 러시아가 지정학적 슈퍼 파워로 귀환하는 가운데 이를 제지하려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외교·안보 정책이 시험대에 오른 상태다. 1993년 출범한 뒤 남유럽과 동유럽 국가들로 회원국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정치경제적 통합을 추구해온 유럽연합이 안팎의 도전에 직면해 있는 형국이다. 이번 유럽 의회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유럽연합의 미래에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