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의 어이없는 세월호 보도 자찬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5.07 14:50:10
유례없이 길었던 5월 연휴가 끝났다. 노동절과 주말,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어버이날까지 앞둔 황금연휴의 주인공은 가족이었다. 모처럼 아이들을 맘껏 놀게 하고, 오랜만에 부모님과 외식하며 가족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가족들끼리 나누는 즐거운 웃음조차 죄송스런 국민들은 마음 한구석에 비통함을 숨겨 둔 채 나들이에 나섰다.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분향소엔 100만명이 넘는 조문객이 방문해 아픔을 함께 했다.
전 국민이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과는 달리 공영방송 MBC의 안광한 사장이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를 자축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렸다가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달 25일 안 사장은 MBC의 세월호 관련 보도가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세월호 보도를 통해 MBC가 자신감을 회복했으며 특보체제이던 방송을 원상으로 돌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명의 생존자라도 구조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국민 정서를 완전히 외면한 어이없는 글이다. 공영방송 사장이 썼다곤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저열한 인식과 황당한 수준의 자화자찬 글이지만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잘못됐다.
MBC 뉴스는 세월호 참사 첫날만 뉴스 수요가 급증해 시청률이 올랐을 뿐 이후엔 시청자들이 보지 않아 종합편성채널 JTBC에조차 시청률이 쫓기고 있지 않은가. 광고주들조차 MBC 뉴스를 외면해 뉴스에는 광고가 거의 붙지 않는다는 얘기도 있다. 취재현장에서 MBC 기자들은 욕설을 듣고 쫓겨나기 일쑤였고 앵커의 현장 진행도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한다.
안광한 사장은 국민들의 관심사가 세월호로 쏠려 있는 틈을 타 김연국 기자와 조능희 PD를 중징계했다. 김연국 기자는 ‘시사매거진 2580’에서 국정원 관련 리포트에 대한 부장의 통편집에 반발했다가 징계를 당했는데, 징계로 인해 인사고과가 나빠져서 또 정직을 당하게 됐다. 징계를 당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한 황당한 징계다. 조능희 PD는 2008년 ‘PD수첩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3번째 정직이다. 김연국 기자와 조능희 PD는 법원으로부터 ‘징계가 부당하다’는 판결까지 받았지만 안광한 사장은 법원을 무시하고 중징계를 또다시 강행한 것이다.
이뿐 아니라 안광한 사장은 헤드헌터들을 동원해 데스크급 경력기자들을 대거 채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채용과정이 공개되지 않는 헤드헌팅 방식도 황당하지만 많은 유능한 기자들을 기자업무와 무관한 곳으로 보내놓고 자기한테 충성할 만한 기자들을 뽑겠다는 발상이 어이가 없다. 박성호, 박성제, 이용마, 이상호 등 MBC에서 해직된 기자와 이번에 정직을 받은 김연국 기자가 수많은 기자상을 받은 대한민국 최고의 방송기자들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들을 내쫓고 은밀히 자신의 입맛에 맞는 기자를 뽑겠다는 것은 중대한 언론 탄압이자 기자사회에 대한 도발이다.
안광한 사장은 국민적 비극을 틈타 방송과 뉴스를 사유화하고 ‘기자 길들이기’에 나서고 있다. 공영방송 MBC는 다른 민영방송의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한국기자사회 전체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안광한 사장에게 엄중 경고한 MBC 기자협회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며 끝까지 함께 할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