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인 '계란 라면' 발언 보도했다고 출입정지
청와대 출입기자단, 비난 커지자 일상적 비보도 거부키로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14.05.14 14:24:13
청와대 출입기자단(이하 기자단)이 지난 8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의 비보도(오프 더 레코드)를 전제로 한 ‘계란 라면’ 발언을 보도한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한겨레, 한국일보 소속 기자들의 기자실 출입정지 징계 결정에 대한 비난이 커지자, 향후 청와대의 일상적인 비보도 전제에 대해선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기자단은 지난 12일 경향, 한겨레 등이 요청한 재심을 받아들이고, 추후 징계 경감을 재논의하기로 했다. 다만 일부 기자들은 징계를 받은 언론사들이 기사를 통해 기자단 전체의 명예를 실추시켰기 때문에 징계 경감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된 ‘계란 라면’ 발언은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16일 세월호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전남 진도체육관에서 응급치료가 이뤄지던 탁자에서 컵라면을 먹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한 민 대변인의 부적절한 설명에서 비롯됐다.
민 대변인은 지난달 21일 공식 브리핑을 끝내고 일부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서 장관이)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니다. 쭈그려 앉아서 먹은 건데 팔걸이의자 때문에, 또 그게 사진 찍히고 국민 정서상 문제가 돼서 그런 것”이라고 비보도를 전제로 말했다.
하지만 오마이뉴스는 민 대변인의 발언에 대한 비보도 전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2일 관련 소식을 전했고, 뒤이어 한겨레, 경향, 한국일보 등이 기사화했다.
기자단은 이들 매체가 비보도 전제를 파기했다며 청와대 기자실(춘추관) 출입정지를 오마이뉴스와 경향에는 63일(9주), 한겨레에는 28일(4주), 한국일보에는 18일(3주)을 결정했다. 출입 정지가 받아지면 기자실에 들어가지 못할 뿐 아니라 청와대에서 나오는 보도 자료도 제공받지 못한다.
문제는 민 대변인의 ‘계란 라면’ 발언이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외교문제나 대통령의 신변안전 등 비보도 전제 요건에 해당되느냐다. 그동안 비보도나 엠바고(보도시점 유예) 등을 청와대나 정부부처는 물론이고 대기업마저 남발하고, 기자들도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게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더구나 이번 건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청와대 고위 인사의 그릇된 인식을 기자단이 감싸고 도는 것처럼 비춰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실제 오마이뉴스가 비보도를 깬 이후에도 기자단은 이례적으로 비보도를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통상적으로는 비보도 약속이 깨질 경우 보도하는 게 관행이었다.
기자단 총괄 간사는 “청와대의 일상적인 비보도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결정하고 각 사에 통보했다”며 “이번 비보도 약속은 기자들이 결정한 것이 아니라 각 사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비보도 전제에 대한 징계를 기자단에서 결정했다는 것은 청와대의 요청에 대해 자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도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럼에도 기자단이 이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