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도 두 손 든 브라질식 '만만디'

[글로벌 리포트 | 남미]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 김재순 연합뉴스 상파울루 특파원  
 
2014 브라질 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2014 월드컵은 현지시간으로 6월12일 개막해 7월13일까지 계속된다. 브라질은 1950년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개최되는 월드컵에서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노린다.

월드컵이 다가오면서 브라질 언론은 축구계 인사들의 입을 빌어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축구황제’ 펠레는 브라질 대표팀에 베테랑 선수가 없는 점에 다소 아쉬움을 표시하면서도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를 바탕으로 브라질의 여섯 번째 우승을 점쳤다. 1970~1980년대 세계 축구를 주름잡던 ‘하얀 펠레’ 지코도 “브라질에 2014 월드컵은 16강전부터가 시작”이라며 브라질의 우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은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초조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기장과 공항, 교통, 통신, 치안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된 게 없기 때문이다.

FIFA는 ‘브라질식 만만디’를 실감하고 있다. 12개 경기장 건설 공사는 대부분 끝났으나 일부에서는 아직도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다. 12개 도시의 공항 터미널 확장 공사 가운데 최소한 6곳은 월드컵 이후에나 끝날 것으로 보인다. 대도시의 대중교통시설 확충 공사도 예정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없다. IT 인프라가 허술해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월드컵 반대 시위가 계속되고 대도시에서 강력사건이 빈발하는 점도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을 비롯한 브라질 정부 인사들은 2014 월드컵이 역대 최고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이 말에 수긍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FIFA가 2014 월드컵을 30여일 앞둔 시점에 공개한 보고서는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보고서는 △FIFA의 권고대로 개최 도시를 8개로 하지 않고 12개로 늘렸고 △경기장 간 이동거리가 지나치게 멀고 △공항 인프라가 부족하고 △호텔이 모자라고 △경기장 건설이 지나치게 늦어졌고 △경기장 내 임시 시설물 설치가 지연됐고 △월드컵 준비 상황을 연방-주-시 정부 등 세 단계에 걸쳐 협의해야 했고 △2010년 대선과 주지사 선거 때문에 협의 일정이 늦어진 것 등을 2014 월드컵이 남긴 문제점으로 들었다. FIFA는 2014 월드컵이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지 못하면 전적으로 브라질 정부 책임이라고 몰아세웠다.

FIFA의 제롬 발케 사무총장은 2014 월드컵 준비 과정을 설명하면서 그동안 브라질 정부와의 관계를 “지옥 같았다”고 표현했다. 그는 “인프라 공사가 모두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월드컵이 시작될 것”이라며 “FIFA는 2014 월드컵 준비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는 말도 했다. FIFA 내부에서는 앞으로 월드컵 개최국을 결정할 때 ‘약속’보다 ‘능력’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4 월드컵 준비를 둘러싼 ‘만만디 논란’은 2016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으로 불똥이 튀었다. 브라질은 월드컵에 이어 2년 만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한다. 2016 리우 대회는 남미 대륙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하계올림픽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2 런던 하계올림픽과 2016 하계올림픽을 비교하면서 두 대회가 예산 규모는 비슷하지만, 준비 속도가 너무 늦다고 주장했다. 대회를 2년 앞둔 시점을 기준으로 2012년 대회는 60% 준비가 끝난 상태였으나 2016년 대회 준비는 1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존 코츠 IOC 부위원장은 2016년 대회 준비가 역대 올림픽 가운데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면서 IOC가 특별조치를 고려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츠 부위원장 발언의 파장으로 IOC가 2016 하계올림픽을 런던으로 옮겨 치르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IOC 대변인이 곧바로 보도 내용을 부인했지만, 이번 해프닝은 브라질이 월드컵이나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를 개최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가 됐다.

브라질의 유명 시사평론가인 주까 끼푸리(Juca Kfouri)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 경쟁에 나설 때는 사전에 국민의 의사를 물을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끼푸리는 스위스 생 모리츠와 독일 뮌헨, 스웨덴 스톡홀름이 200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놓고 시행한 주민투표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자 유치 경쟁을 포기한 사실을 사례로 들었다.

브라질에서 ‘만만디 관행’은 관료주의, 복잡한 법률·세금 체계, 낮은 노동 생산성, 인프라 미비 등 국가적 성장을 가로막는 부정적 요인을 총칭하는 이른바 ‘브라질 코스트(Brazil Cost)’의 일부를 이룬다. ‘브라질 코스트’는 스포츠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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