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지사·미래방송연구실에 유배된 MBC 기자들

올 들어 8명 비취재부서 전보…발령 내면서 아무런 설명 없어

방송 잘하는 기자들 내보내고 외부서 경력 충원…언론사 맞나

“기자 인생이 갑자기 예고도 없이 한순간에 끝나는 것은 아닐까. 이대로 취재를 하지 못하게 되지는 않을까. 다시 취재할 날이, 마이크를 잡을 수 있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존재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웠다.(MBC 한 기자)”

MBC 14년차와 15년차 중견급 기자 2명이 비취재부서인 경인지사로 지난 14일 발령 났다. 세월호 보도 참사에 대한 기자회 소속 121명의 반성과 사죄 성명이 나온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사측은 세월호 ‘보도참사’에 대한 사죄는커녕 보도국에 있던 능력 있는 기자들을 또다시 ‘유배’ 보내며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보도본부장 체제 하에 ‘원칙 없는’ 인사를 다시금 확인시켰다.

MBC는 14일 보도국 주간뉴스부에서 이브닝뉴스를 담당하던 양효경 기자와 보도본부 통일방송연구소에 있던 김혜성 기자를 보도본부 밖의 미디어사업본부 경인지사로 발령 냈다. 지난 3월에는 한창 현장에서 뛰어야 할 6년차 기자 2명을 포함해 5명을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에 보냈고, 곧이어 스포츠취재부에 있던 임명현 기자를 QC(Quality Check)팀에 인사 조치했다. 안광한 취임 이후 3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벌써 8명째다.

인사를 내면서도 해당 기자들에게는 한마디 설명도 없다. 이유도 모른 채 쫓겨나 기자들은 결국 ‘파업’ 여파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파업 종료 후 업무와 무관한 부서에 배치된 54명을 ‘원직 복귀’하라는 법원 판결이 지난해 4월 나왔지만 판결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다시 부당 전보했기 때문이다. 한 기자는 “파업이 끝난 지 2년이 다 돼가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인사를 할 것인가”라며 “MBC 보도국이 원하는 기자는 방송 잘하는, 일 잘하는 것이 아닌 말 잘 듣는 것이 최우선 덕목이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 보도전략부, 심의실, 뉴미디어국 등에는 파업 이후 보복성 인사로 추정되는 이들만 30여명이다. 보도전략부는 파업 당시 참여 기자들을 사실상 좌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심의실에는 과거 1~2명에 비해 현재 7명이, 인터넷 뉴스 관리 업무를 하는 뉴미디어국 역시 10명에 가까운 기자가 배치됐다.

취재ㆍ제작에서 배제된 이상 사실상 기자로서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기조차 어렵다. 본 업무와 관계없는 일을 하거나 상당기간 일이 주어지지 않아 ‘인력 낭비’라는 지적도 많다. 부당인사를 당한 기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일이 없다”며 “보도국에 있어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기자는 “취재와 보도를 하지 않으면 기자는 사실상 휴직상태나 마찬가지”라며 “최근 언론인 시국선언에 동참할 것인지 묻는데 ‘기자가 맞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당 부서에서 업무가 주어져도 사실상 성과를 기대하는 이도 없다”고 말했다.

거듭된 부당 인사로 사측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비판도 있다. 보도국에 남아있는 기자들 누구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사측의 경력기자 채용 추진과 맞물려 ‘물갈이’ 낌새라는 지적이다. 기자를 내쫓고 경력으로 채우며 뉴스 품질은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목소리다.
“다들 기자로서 올바른 보도를 하겠다고 MBC에 들어왔다. 기자 일을 못하게 하는 건 사실상 계약 위반이다. 과연 누가 이 같은 인사를 납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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