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도 어려웠을까. 세월호 참사보도에 대한 MBC의 반성문은 한 줄에 불과했다.
MBC는 21일 뉴스데스크 9번째 꼭지(“MBC ‘전원구조’ 오보 촉발”…“사실무근, 악의적 공격”)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학생 전원구조’를 MBC가 최초로 보도해 오보를 촉발시켰다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주장에 반박하는 리포트를 내보냈다.
뉴스데스크는 이 리포트 말미에 “MBC 역시 세월호 참사 보도 과정에서 오보를 내고 정정 보도를 하는 등 그동안 희생자 가족들과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과 상처를 드린 점을 깊이 반성하며 재발 방지를 위해 더욱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MBC의 이 같은 사과 표명은 21일 ‘학생 전원구조’ 최초 오보 논란에 대한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먼저 전해졌고, 이후 뉴스데스크 리포트를 통해 방송됐다. MBC 관계자는 “세월호 보도 관련 MBC의 공식 입장으로 봐 달라”고 밝혔다.
▲ MBC는 21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반성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아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MBC뉴스데스크 캡쳐) | ||
하지만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사과와 반성 보도가 필요하다는 MBC 안팎의 목소리가 계속된 상황에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MBC의 잘못이 무엇인지 되짚으며 반성한 것이 아니라 ‘학생 전원구조’ 논란이 틀린 주장이라는 리포트 말미에 한마디 덧붙였기 때문이다.
타사 보도와도 비교된다. KBS는 지난 15일 ‘뉴스9’에서 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언론 불신과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리포트를 9번째와 10번째 꼭지를 통해 내보냈다. KBS는 “9시 뉴스는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는 보도한 반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유가족 기자회견은 다루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 실내체육관을 방문했을 때 실종자 가족들의 하소연이 쏟아졌지만, 9시뉴스에서는 이들의 구조작업에 대한 문제 제기를 들을 수 없었다”는 등의 내용을 보도했다. SBS도 15일 ‘8뉴스’를 통해 김성준 앵커와 유가족 대표의 대담에서 언론 불신을 다뤘다.
중앙일보도 16일 지난 한달 간 세월호 사고 관련 자사 보도를 검토한 결과 반성한다며 2면 전면을 할애해 사과문을 실었다. 내년 세월호 참사 1주기에는 재난 안전 체계를 점검해 ‘국가 개조 프로젝트 검증 보고서’를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한겨레는 15일 창간 26돌을 맞아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반성과 각오를 다지는 사설을 게재했다.
하지만 MBC는 묵묵부답이었다. 타사 반성 보도가 나간 다음날인 16일 MBC기자회는 “하루빨리 MBC 보도의 잘못을 고백하고 참회해야한다”며 “타사 보도를 보며 어느 낙종보다도 아프고 참담한 심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도 “지금까지 사과하지 않고 반성하지 않는 지상파는 MBC가 유일하다. 자성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며 “침몰하는 MBC의 위기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사측은 희생자 가족과 시청자에 즉시 사과하고 머리 숙여야 한다”고 밝혔다.
MBC 내부에서는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오보는 물론 사고 초기 보험금 보도, 지난 7일 유가족들의 조급증이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밀었다는 뉴스데스크 데스크리포트,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 기자회견 누락 등 크게 논란이 된 보도가 많음에도 한마디로 끝났다는 지적이다.
MBC본부 관계자는 “반성이나 사과로 보지 않는다”며 “구체적으로 어떤 면에서 잘못을 했는지 반성을 해야 하는데 두루뭉술하게 전하는 ‘물타기’ 반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는 오보 경쟁 차원을 넘어 유가족을 모욕하고 정부 비판 보도를 하지 않는 등의 여러 문제가 있었다”며 “기사 맥락에도 맞지 않고 한줄 곁들어 놓은 것에 불과해 진정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