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주적은 누구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6.04 15:16:27
KBS 양대 노조가 지난달 29일부터 공동 총파업에 들어갔다. 사상 첫 공동파업이다. 업무의 특성상 그동안 상대적으로 파업에 적극적이기 힘들었던 아나운서들을 비롯해 기술과 경영 직종 등 KBS 구성원 모두가 이번 KBS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양대 노조의 공동 파업이 일주일 넘게 견고하게 진행되면서 간판 뉴스인 9시 뉴스를 비롯해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파행 운영되거나 재방송으로 시간만을 때우는 수준으로 전락했다.
결국 이 모든 사태 해결의 시발점은 길환영 사장의 자진 사퇴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가장 먼저 길 사장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품위와 책임감을 보여주기는커녕 변명과 궤변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하고 있다. 길 사장은 최근 가진 특별 조회에서 청와대로부터 전화를 받고 정치권의 압력을 받았다는 주장은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작 왜 소설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전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꼼꼼한 성격이라고 스스로를 평가하면서도 윤창중 관련 뉴스 보도 축소 등 대부분의 핵심 의혹은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로 피해나갔다. 이런 해명이 설득력이 없음은 당연하다. 팀장급 이상 보직간부 773명 중 특별조회에 참석해 길 사장의 해명을 들은 간부는 80여 명에 불과하다. 급기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사장의 해명이 오히려 거짓이라며 결정적인 증거까지 있으니 대질 심문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두 번째로 공영방송 수장으로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길 사장은 특별조회가 끝난 직후 보직사퇴한 보도국 부장단 6명을 지역국의 평기자로 좌천시키는 등의 비상식적인 인사 참사를 단행했다. 조직을 추스르기 위해 임명됐던 신임 보도본부장마저 고개를 돌리고 사표를 냈다. 망나니처럼 휘두른 인사권으로 오히려 그동안 침묵하던 간부들도 잇따라 보직을 사퇴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조직 수장으로서 자격을 상실했다.
방송법 4조 2항을 위반한 혐의는 더욱 뚜렷해졌다. 최근 KBS 내부 게시판에는 뉴스뿐 아니라 길 사장이 KBS 모든 프로그램을 정권홍보방송으로 만들려 한 충격적인 정황이 폭로됐다.
한때 ‘심야토론’ 책임 프로듀서였고, 최근까지 ‘추적60분’ 책임 프로듀서를 맡다 보직 사퇴한 장영주 CP는 3일 밤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심야토론’이 아이템과 출연자조차 마음대로 정하지 못했으며, 이를 직접적으로 통제하고 지시를 내린 당사자가 길환영 사장이라고 지목했다. 또 전 국민의 사랑을 받던 진품명품, 국정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고발했던 추적 60분을 어떻게 권력에 헌납하려했는지를 생생하게 폭로했다. 그는 “보도에서만 아니라 제작부문에서도 공영방송의 존재의의를 훼손한 사례가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려 글을 썼다”며 입증 자료를 요구하면 제시하겠다고 했다. 이번에 길 사장은 또 어떤 비루한 변명을 댈 것인가?
KBS 이사회에도 경고한다. KBS를 지킬 것인가? 길환영을 지킬 것인가? 이제 우리는 분명히 알게 됐다. 누가 공영방송을 망가뜨린 자인지, 누가 공영방송을 통째로 청와대에 바치려 했는지를. 이제 스스로 공언한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처리의 날이 다가왔다. 압도적인 가결로 길 사장을 해임하라. 그 길만이 KBS, 그리고 KBS 이사회가 함께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