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불통에 이어 부적절한 인사 논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6월 항쟁 27주년이던 지난 10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에 발탁됐다. 청와대는 문창극 후보자가 “냉철한 비판의식과 합리적인 대안을 통해 잘못된 관행과 적폐를 바로 잡기 위해 노력해온 분”이라며 깜짝 발탁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문 후보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직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직후에 적절치 않은 칼럼을 쓰는 등 극단적 편향성으로 숱한 논란을 일으킨 언론인이다. 사경을 헤매는 전직 대통령을 폄훼하는 게 냉철한 비판의식이자 합리적인 대안인가.

같은 날 KBS 길환영 사장의 해임안이 재가됐고, MBC의 예능PD가 6개월 정직을 받았다. 모두 세월호 참사 보도 때문인데 결과와 원인은 비슷하지만 과정은 전혀 반대이다.

길 사장은 KBS의 세월호 참사 보도가 정권에 유리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경위가 드러나 해임된 반면 MBC 예능PD는 MBC의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사죄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가 해고에 준하는 벌을 받았다.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한 공영방송은 정권에만 충성하다 들통이 나는 ‘중죄’를 저질렀고, 한 공영방송은 여전히 충성하는 황당한 모습이다.

이틀 전에는 윤두현 YTN플러스 사장이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으로 내정됐다. 윤두현 사장은 YTN 정치부장과 보도국장을 역임하면서 편파 보도로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YTN을 망가뜨린 핵심 인물이다. 정치부장이 되기 위해 당시 홍상표 보도국장에게 인사민원을 하기도 했고, 정치권을 동원해 사장에게 압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홍상표 보도국장은 2010년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이 됐으니 윤두현 사장은 홍상표 홍보수석에 이어 4년만에 YTN 보도국장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홍보수석이 된 것이다. 편파보도로 정권의 눈에 든 뒤, 인사청탁으로 요직을 차지하고 결국 청와대로 향하는 전형적인 폴리널리스트다.

그가 정권과 밀회를 즐기던 동안 공정보도에 앞장섰던 YTN 기자 6명은 해직돼 6년 가까이 기자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사람을 청와대는 ‘소통의 적임자’로 판단했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자사 기자들과의 소통조차 거부한 자가 누구와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 청와대 홍보수석은 다양한 계층과 만나면서 정부 정책을 알리고 의견을 듣는 자리가 아닌가. 더욱이 YTN과 MBC의 해직 언론인 문제가 언론계의 가장 큰 이슈인데 ‘가해자’를 ‘소통 적임자’로 임명한 청와대의 오만은 YTN 기자들 뿐 아니라 한국기자사회 전체를 무시한 처사이다.

윤창중, 민경욱에 이은 윤두현과 문창극, 그리고 길환영. 이를 통해 청와대가 언론계에 보내는 신호는 명확해 보인다. 정권에 충성스런 언론인에겐 중용이라는 당근을 주겠지만 조금이라도 정권에 누를 끼치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채찍을 보여준 것이다.

이정현 전 홍보수석이 KBS에 대한 청와대 외압 의혹과 관련해 물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 폴리널리스트를 통해 언론을 계속 장악하려는 청와대의 인사에 우리는 분노한다. 지금이라도 청와대는 두 언론인의 내정을 철회하고 상식적인 인사를 해야 한다. ‘부르면 달려오는 폴리널리스트’가 아니라도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개조할 소통의 적임자’는 얼마든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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