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 구조' 오보에 행정지도…방심위 의결 논란
KBS 문창극 보도 중징계 예고… 언론단체 "해체 수순 밟아라"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 입력
2014.07.09 14: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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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방송심의제도개선TFT 관계자들이 지난 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방송회관에서 ‘KBS 문창극 보도 심의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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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심의 업무에 돌입한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시작부터 논란을 빚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관련 ‘전원 구조’ 오보에 대해선 행정지도에 그치고,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지명자 검증 보도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산하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 2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오보를 내보낸 지상파 3사와 종편 및 보도채널 등 방송사 9곳에 ‘권고’를 의결했다. 권고는 법정제재와 달리 벌점이 없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
방통심의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는 ‘전원 구조’ 오보가 구조 작업에 혼선을 야기했고, 향후 유사한 보도 폐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법정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심의 과정에서 일부 위원은 “기자나 방송하는 분들이 오보를 할 생각은 없었다고 본다”면서 ‘정상 참작’을 주장하기도 했다.
‘전원 구조’ 오보는 “사상 최악의 보도 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언론 불신을 자초한 단초였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과정에서도 언론의 오보가 구조 활동의 혼선을 초래했다는 사실이 여러 증거를 통해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난 7일 열린 세월호 국조 특위에서도 여야 의원 할 것 없이 언론 오보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민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사건 초기 대응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방송사의 일관된 전원 구조 오보 때문에 적극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그런 언론 오보에 대해 행정조치에 그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도 허원제 방통위 부위원장에게 “권고가 합당한 조치인가”라고 질타했다.
이번 권고 조치는 세월호 관련 다른 오보에 대한 중징계 결정에 비춰서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기 방통심의위는 지난 4월 ‘선체 엉켜 있는 시신 확인’ 자막을 내보낸 KBS와 민간 잠수사로 밝힌 여성 출연자의 허위 주장을 방송한 MBN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 조치를 의결한 바 있다. ‘경고’는 벌점 2점에 해당하는 중징계다.
방통심의위가 이후 내놓은 심의 결과들을 봐도 이번 권고 결정은 상식 밖이라는 평가다. 방송심의소위는 지난 7일 “파인애플은 나무에서 자란다”는 자막을 내보낸 예능 프로그램과 ‘목동구장의 홈런이 두 배 이상 나온다’는 야구 해설위원의 발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로 권고 조치를 내렸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8일 논평을 내고 “‘파인애플이 꽃대에 열리는지, 나무에 열리는지’ 여부가 ‘단원고 학생들의 생사’ 여부만큼 중요한 일인가? ‘목동 구장에서 홈런이 두 배 이상 나온다’는 해설자의 실수가 ‘단원고 학생들이 전원 구조됐다’는 오보와 똑같은 크기의 잘못을 저질렀단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반면 방통심의위는 KBS의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서는 중징계를 할 태세다. 보도·교양 특위는 지난 1일 KBS ‘뉴스9’의 문창극 교회 강연 보도에 대해 중징계 의견을 냈다. 여당 측 5명 중 4명이 ‘경고’, 1명이 ‘주의’ 의견이었다. 자문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이를 참고로 심의를 진행하기 때문에 실제 중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여당 측 윤석민 위원(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은 지난 19일 KBS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문창극 보도에 대해 “짜맞추기 보도”라며 “공영방송은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방통심의위는 여야 6대3 구조다. 여당 측 입장이 그대로 반영되기 쉽다는 뜻이다. 게다가 박효종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캠프와 인수위원회 출신이어서 공정한 심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현업인과 언론·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방송심의제도개선TFT는 방통심의위가 KBS 보도에 대한 심의에 나선 배후에 정권 차원의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움직임이 있다고 비판하며 “방통심의위는 KBS 보도를 심의하는 절차를 당장 멈추고 스스로 해체 수순을 밟아라”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