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효종 방심위원장에 바란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우이독경, 소 귀에 경 읽기다. 방송통신심의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심의와 표적심의를 중단하라는 언론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아예 귀를 막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은 MBC 보도와 KBS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보도에 대한 심의는 이중잣대의 절정이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는 5월7일 방영된 MBC 뉴스데스크 ‘함께 생각해봅시다’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의 조급증이 마치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민 것처럼 보도한 리포트에 가벼운 행정지도인 ‘권고’를 의결했다. MBC 기자들이 ‘보도 참사’로 규정하며 희생자 가족과 국민에 사죄하는 성명을 낸 것과 너무 다른 솜방망이 결정이다. 야당 추천 위원 2명이 재승인·허가 때 벌점이 부과되는 중징계를 주장했으나, 여권 추천위원 3명의 의견에 따라 권고가 결정됐다.

반면 방통심의위 자문기구인 보도교양특위는 KBS의 문창극 전 총리후보자 검증보도에 대해 중징계 의견을 냈다. 여당 추천 6명과 야당 추천 3명으로 구성된 특위 위원 중 4명이 ‘경고’, 1명이 ‘주의’ 의견을 냈다. “전체 강연의 취지를 왜곡했다”는 게 중징계 이유다. 국민들 65%가 ‘문창극 후보가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과 너무 동떨어진 결과다. 문 후보 사퇴책임을 정권의 인사실패가 아닌 KBS에 떠넘기려는 정치편향 심의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사실 방통심의위의 정치·표적심의 논란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여야의 추천위원 6:3 비율이 존속하는 한, 합의제 취지는 허울뿐이고 다수결에 따른 일방적 의사결정이 내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여권 추천 위원이 과반을 넘겨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정권에 부담되는 특정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해 제재가 가능하도록 짜여 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이 잇따라 방통심의위의 과거 편향 논란을 빚은 심의에 대해 제재결정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리고 있어 주목된다. CBS 라디오 ‘김미화의 여러분’(2012년 1월5일 방송분)과 KBS ‘추적 60분-의문의 천안함’(2010년 11월17일 방송분)에 대해 각각 주의와 경고제재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권력에 불편한 내용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가차없이 중징계를 내린 이유인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법원은 정반대로 불편부당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심의위는 그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천안함 보도 소송 재판부는 “정당한 여론 형성을 위한 언론의 자유와 책임, 전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알 권리 보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정성과 객관성 유지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언론이 온갖 의혹에 대해 취재해 분석하고, 논란이 되는 사안을 보도하는 것을 정권에 부담이 된다고 칼을 쥐고 흔들며 함부로 휘둘러서는 안된다. 민주주의는 토론과 설득에 있지, 힘으로 밀어붙여서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박효종 방심위원장에게 당부드리고 싶다. 방통심의위가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에 낙인을 찍어 사회갈등을 키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휘어진 잣대로 보도를 재단해 조직을 ‘이념의 전쟁터’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부에 쓴소리를 하는 언론이 어찌보면 정부의 실패를 막아주는 방어막이지 않은가. 이참에 방통심의위원들이 서로 마음을 툭 까놓고 합리적 심의방안을 협의하는 1박2일을 계획하는 것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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