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스트레스로 '시름시름'…병 안고 사는 기자들

기자 건강 적신호

   
 
   
 
암 같은 중증질환에 지방간·위염 다반사
과음·업무부담 원인…스스로 건강 챙겨야


“기사에 대한 압박감, 특종에 대한 강박감, 낙종에 대한 불안감…. 기자생활 30년 하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로 온몸이 엉망입니다.”
종합일간지 기자 A씨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말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가 위암 진단을 받았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다시 일선에 복귀했지만 몸은 이미 예전 같지 않다.
기자들이 크고 작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한 신문사는 지난해 중반부터 올해까지 4명의 50대 기자들이 암 판정을 받았다. 2명은 위암, 1명은 갑상선암이었다. 나머지 1명은 췌장암으로 결국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났다. 최근 퇴직한 고참 기자도 회사를 떠나기 전 급성담낭염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또 다른 신문사는 최근 20~30대 기자 너덧명이 갑상선암으로 치료를 받았다. 논설위원 중 한 명은 간경화를 앓고 있다.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 아니라도 기자들에겐 비만, 허리·목 디스크, 위염 등의 지병 하나쯤은 흔하다.
최근에는 여기자들의 부인과 질환도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 5월 자궁근종 수술을 받은 경제지 B 기자는 “여기자들 중 자궁근종 수술을 받는 사례가 정말 많다”며 “얼마 전 후배도 같은 수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특히 난임과 유산으로 고통을 겪는 여기자들도 늘고 있다. 임신을 위해 휴직하는 여기자들이 생길 정도다. 신문사 C 기자는 난임 치료와 여러 차례의 휴직 끝에 결혼 8년만인 올해 출산했다. C 기자는 “임신 초기에는 장시간 앉아있는 게 좋지 않은데 기자는 스스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라며 “업무상 불이익을 받을까봐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들의 건강 악화는 직업적 특성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인을 한 가지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주로 술·담배, 과로,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취재에 응한 기자들은 적게는 일주일에 1~2번, 많게는 낮술을 포함해 10번 이상의 술자리를 갖는다고 답했다. 특히 입사 초반이나 정치부, 사회부 기자들은 술자리가 상대적으로 더 잦았다. 종합일간지 D 기자는 “해마다 술 때문에 그만두는 수습기자가 꼭 한 명씩 생긴다”고 했다.
변화한 언론 환경으로 업무 부담이 늘어난 것도 큰 요인이다. 경제지 E 기자는 “하루 13~14시간씩 일하면서 온라인 기사까지 15~20건의 기사를 쓴다”며 “최근 속보경쟁도 심하다보니 업무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종합편성채널 기자들의 경우 모회사인 지면 기자들이 파견된 경우가 대부분인데, 편집국에서 빠져나간 인력에 대한 수혈은 거의 없다. 회사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추가 채용에는 소극적이다.
2012년 신문과 방송 기자는 각각 전년대비 -1.4%, 0.7%의 증감률(한국언론진흥재단, ‘한국언론연감 2013’)을 기록한 반면 일주일 평균 기사 작성 건수는 2009년 14.8건에서 2013년 31.3건(한국언론진흥재단, 2013 언론인 의식조사)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선후배 동료들이 갖은 질병에 고충을 겪는 것을 지켜본 기자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회식 자리에서는 “웬만하면 술은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생겼고, 점심시간이나 마감 후에 짬을 내 출입처 내 헬스장에 다니는 기자도 있다. 노조 차원에서 현행 건강검진을 보다 구체화하는 안을 논의 중인 언론사도 있다.
조선·중앙·동아·한겨레·경향 등 주요 언론사의 건강검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모든 언론사들이 매년 혹은 격년으로 40만~50만원 상당의 종합검진·일반검진을 실시하고 있었다. 동아는 여성 조합원에 대한 산부인과 검진도 추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조선의 경우 만 40세부터는 5년마다 100만원의 실비를 지원한다.
그러나 이는 재정 상태나 복지 환경이 상대적으로 나은 언론사의 얘기다. 일부 언론사나 지역 언론사의 경우 건강검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지역 언론사 관계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일반검진만 받는 수준”이라며 “중증질환은 발견이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스스로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는 “최대한 규칙적인 습관을 갖도록 본인 스스로 노력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평소에 일하다가도 일어나서 체조를 하는 등 몸을 움직여야 한다”며 “취재원들과 만나면 과식을 피하고 반찬도 채소류를 많이 먹도록 해야 한다. 미리 물을 마셔서 배를 약간 부르게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양중 한겨레 의료전문기자는 “건강검진으로 병을 발견하는 것보다 병이 생기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며 “회사가 제도적으로 기자 개인의 휴식과 운동을 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을 챙기는 기자들>

   
 
  ▲ 기호일보 이인엽 기자  
 
“몸이 가벼우면 취재도 잘돼”
스쿼시 마니아 이인엽 기호일보 기자


현장을 뛰어다니며 축적된 피로, 취재원과의 잦은 술자리…. 하루를 마치고 나면 몸은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그러나 이인엽 기호일보 기자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깐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면 된다”고 단언했다.

6년차 법조출입 기자인 이 기자는 12년 전부터 잡은 스쿼시 라켓을 놓지 않고 있다. 혼자서도 서너 시간씩, 온몸을 움직이며 땀을 흘리고 나면 스쿼시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는 것. 매일 스쿼시장에 갈 수는 없지만 일주일에 두 시간 정도는 꼭 투자한다는 목표다. 잠들기 전 푸쉬업, 아령 등 20~30분 정도의 가벼운 운동은 매일 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노력으로 몸무게 12kg 감량에 성공, 이제는 한결 가벼운 몸으로 취재현장을 누빈다.
가장 큰 수확은 폐활량, 지구력, 민첩성 향상이다. 이 기자는 “여기저기 발로 뛰는 것이 귀찮거나 힘들지 않다”고 강조했다. 체력이 취재력으로 이어진 셈.

두 번째는 자신감 회복이다. 그는 “비대한 몸을 이끌고 땀 냄새 풍기며 취재원을 만나는데 참 창피하더라”며 “체중 감량 후 취재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 단정한 옷매무새에 취재원들로부터 신뢰감을 얻게 됐다는 설명이다.



   
 
  ▲ MBC 김수진 기자  
 
“체력 강해지고 정신도 맑아져”
마라톤에 빠진 김수진 MBC 기자


“달리기는 가장 기본적인 운동입니다. 체력을 강하게 할 뿐 아니라 지방을 빼고 잔근육을 키울 수 있죠.”
김수진 MBC 기자는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관리하고 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한강에 나가 조깅을 하다보니 점차 뛰는 거리가 늘었고, 2008년 처음으로 마라톤 대회에 출전했다.

김 기자는 “일주일에 네 번은 밖에 나가 달리려고 노력하지만 약속이 있을 땐 지키기 쉽지 않다”며 “그래도 일주일에 35km 이상 뛰는 것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부 등 바쁜 부서에 있을 땐 주로 약속이 없는 밤에 뛰었다. 또 아침에 10분 정도 짬을 내 간단한 맨손 운동으로 체력을 유지했다.

김 기자는 일 년에 한 번씩 하프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2013 서울레이스에서 하프코스를 1시간51분에 완주해 개인 최고기록을 세웠고, 2013 중앙마라톤에서 두 번째로 도전한 풀코스는 4시간17분에 완주했다.

김 기자는 남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마라톤을 적극 추천했다. 체력이 많이 저하돼 있는 상태라면 가벼운 조깅도 효과적이다. 그는 “체력이 강해지니 언제나 신진대사가 원활하다고 느낀다”며 “신체는 물론 정신도 건강해지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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