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폭격에 안전지대는 없어"
'가자 지구' 현장 취재한 조선일보 박국희 기자
김창남 kimcn@journalist.or.kr | 입력
2014.08.13 15:29:28
중동의 ‘화약고’ 팔레스타인 가자지구가 또다시 포성과 포연에 휩싸이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달 17일 밤(현지 시각)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전격 투입하면서 양측 간 위태롭게 유지됐던 휴전 상태는 2년 만에 또다시 깨졌다.
국내 언론사 기자들(8월 초 기준) 중에선 유일하게 조선일보 박국희 특파원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가자지구에 머물며 긴박하게 돌아가는 현지 소식을 전했다.
박 특파원은 “회사를 통해 따로 신변안전 보장보험을 들었고, 80만원 상당의 방탄 헬멧과 방탄조끼도 구비했지만 안전상 이유로 외교부에서 즉각 철수 요청이 있어 지난 4일 가자지구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중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에 입국한 외신 기자는 총 700여명(연인원 기준). 이 가운데 가자지구에 들어간 외신 기자들은 100여명이고 대부분 기자들은 정부 관공서가 몰려 있는 예루살렘과 경제도시 텔아비브, 국경 근처 남부 도시 일대에서 취재 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가자지구 전체에 호텔이 5~6개 정도 있는데, 가자시티 옆 비치 주변에 호텔이 일렬로 모여 있고 대부분 외신기자들이 그곳에 묵고 있다”며 “이스라엘 군도 직간접적으로 외신 기자들이 묵는 곳은 폭격하지 않을테니 웬만하면 한 곳에 모두 모여 숙박하도록 종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공습으로부터 안전지대는 사실상 전무한 상황. 실제 가자지구에 들어온 첫날밤인 지난달 31일 호텔 인근에서 하마스의 로켓포가 발사됐고, 이스라엘이 보복 차원에서 그 일대를 공습하면서 박 특파원 역시 호텔에서 나와 인근 UN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울 수밖에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민간인들의 피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는 “도로포장도 돼 있지 않은 바닥에 혜성이라도 떨어진 듯 폭격 자국이 몇 미터씩 움푹움푹 파여 있고, 병원에는 끔찍한 모습의 시신들과 부상당한 아이들이 차고 넘치고 있다”며 “폭격에 집을 잃은 시민들, 집을 잃지 않았어도 폭격의 두려움에 집에 있지 못하는 시민들이 대거 UN학교와 병원 부지에 몰려들어 천막을 치고 책상을 침대 삼아 대피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닷새 간 취재하면서 알게 됐던 취재원들을 뒤로 한 채 홀로 가자지구를 빠져나올 당시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국경 봉쇄로 평생토록 가자지구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시민들이 대부분인데 그들과 헤어지며 저 혼자 국경을 빠져 나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상주 1호 기자인 박 특파원은 올 4월부터 1년 간 이스라엘 특파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그는 “강원도 면적만한 나라가 미국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적대관계를 맺고 있는 아랍 국가들 한복판에서 독야청청 살고 있는 이스라엘 나라 자체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다”며 “과거 천안함, 연평도 포격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했을 때만 해도 잘 몰랐는데, 이번 가자 사태를 취재하고 나면서 국제분쟁 담당도 충분히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