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돌, 초심으로 돌아가자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8.13 15:43:18
“반세기의 언론사를 통해 우리들은 항일과 반독재의 제일선에서 싸워왔지만 서로의 유대와 단결을 위한 항구적인 조직체를 가져보지 못했다. 이제 우리는 언론자유 수호와 조국이 요구하는 민주주의 발전에 우리의 용기와 지혜를 집중하려는 것이다.”
1964년 8월17일 기자협회 창립 선언문이다. 박정희 정부가 언론통제를 위해 제정한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를 요구하며 역사적 첫 발을 뗐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2014년 8월 언론의 모습은 어떤가. 예전보다 수십 배 많은 기자들이 뉴스를 쫓고 있다. 기자협회 회원과 등록 외 기자들을 포함하면 2만명이 넘는다. 실로 기자 전성시대다. 때론 위험한 현장을 취재하며 ‘시대의 기록자’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뉴스는 공짜로 인식되고, 온라인 영역의 뉴스 콘텐츠는 점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페이지뷰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며 기사 어뷰징은 도를 넘어서고 포털에 대한 종속은 더 심화되고 있다. 신문사들은 이탈하는 독자를 붙잡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지만 정답을 좀체 찾기 어렵다. 방송사들은 한층 경쟁이 심하다. 종편이 출범한 지 3년을 넘기며 광고시장을 놓고 피말리는 전투를 치르고 있다. 방송 콘텐츠는 늘어났지만 오락과 연예 등 신변잡기식 공허한 말놀이에 ‘공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저널리즘이 지녀야 할 최소한의 윤리의식은 실종상태다.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언론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더 나빠졌다. ‘기레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보도가 신문 지면과 방송 화면에 심심찮게 등장한다. 국민의 알권리는 은밀한 뒷거래를 감추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다. 오전에 기자였다가, 오후에 청와대 대변인이 되고 기업의 홍보맨이 되는 풍경이 낯설지 않다. 자성과 개혁의 요구가 지금처럼 뜨거운 적이 없다.
반면 ‘낙하산 사장’을 반대하며 공정보도와 언론자유를 지키기 위한 동료들의 싸움은 눈물겹기만 하다. 해직된 YTN 기자들은 6년이 다 되도록 뉴스현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고, MBC 해직언론인들은 법원 판결로 잠시 복직했지만 소속부서도 없이 출근만 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 있는 지역언론사들의 공정언론 바람은 목소리내기도 어렵다.
근무환경도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최근 ‘쓰러지는’ 기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인원감축과 업무 스트레스 때문이다. 온라인 뉴스 콘텐츠 비중이 늘며 예전보다 업무 강도가 더 세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세월호 취재현장에서 기자들이 느낀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은 보도 경쟁이 기자를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 노출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그럼에도 끊임없이 조여오는 ‘생존의 위기’ 구호 앞에 정당한 대가나 권리 요구는 움츠러들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것은 언론인 개개인이다.
기자협회 창립 50돌, 선배 언론인들이 뿌린 언론자유 열망을 되새길 때다. 지금보다 훨씬 엄혹한 시절, 기자직을 내걸고 지키려고 했던 가치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력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와 경제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언론수호의 길이었다. 국민과 소통하고 공감하며 부정과 불의를 감시하는 길이었다.
다시 시작하자. 기자들이 정론직필의 한 길로 부당한 간섭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진실만을 따르는 시대의 기록자임을 가슴에 새기고 힘차게 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