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협회가 피감기관(신문사)이 감사기관(ABC협회)을 감사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감사 거부의사를 재차 밝히면서, ABC협회와 신문협회 산하 판매협의회(이하 판협)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영일 ABC협회 회장은 지난 3일 김형택 ABC협회 감사(문화일보 판매국장)와의 면담 자리에서도 감사 거부 의사를 재차 밝혔다.
김형택 감사는 지난달 19일 ABC협회에 업무감사 방침을 통보한 데 이어 지난 1일 ABC협회를 방문했으나, ABC협회는 이러한 이유로 감사를 거부하고 감사 요구자료 목록도 받지 않았다.
앞서 판협은 그동안 ABC협회가 협회 운영을 일방적으로 끌고 간다며 신문업계 몫으로 선출된 김형택 감사에게 업무감사를 요청했다.
하지만 이날 김영일 회장은 ABC협회의 독립성 유지를 위해 부수인증을 받는 신문사로부터 감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ABC협회는 지난달 25일 ‘감사 실시 통보서에 대한 답변’에서도 “피감기관이 감사기관을 감사할 수 없다”며 “피감기관인 매체사(신문사)가 감사기관인 한국ABC협회의 업무 감사를 할 경우 감사기관인 ABC협회의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협 입장은 ABC협회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우선 ABC협회와 신문사를 감사기관과 피감기관으로 나눈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판협 관계자는 “부수 인증을 하는 기구와 조사받는 기구일 뿐, 감사기관과 피감기관으로 나눈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부수 공사에 대한 감사가 아닌 ABC협회 업무에 대한 감사이기 때문에 ABC협회 독립성 침해라는 부분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ABC협회와 판협 간 갈등은 ABC협회가 공사비 인상을 추진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2010~2013년 언론진흥재단으로부터 지원 받았던 ‘ABC공사 서비스’예산(연평균 4억2000여만원)이 올해부터 전액 삭감됐기 때문인데, 신문사들은 ABC협회가 자구 노력이 없이 비용부담을 신문사에 전가했다며 반발했다.
이 때문에 공사비 인상을 놓고 ABC협회와 판협 간 몇 차례 협상이 오갔지만, 이견을 좁지 못했다.
판협은 ABC협회가 감사를 끝까지 거부할 경우 임시 총회를 개최해 감사권을 행사한다는 방침이다. ABC협회 정관에는 감사나 회원사 3분의 1 동의를 얻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할 수 있으나, 회장이 거부권을 가지고 있다.
판협은 이럴 경우에 대비해 민사소송 등을 통해 감사를 위한 자료를 요청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ABC협회 관계자는 “감사기관이라는 의미는 부수 인증에 대한 것을 말한다”며 “업무 감사는 특별한 문제가 발생할 때 받는 것인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ABC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신문협회는 제3자에 의한 객관적인 검증제도가 확립된 이후 당연시 됐던 감사기구로서의 한국ABC협회의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지난 4년간 끊임없이 선진화에 매진해왔고 국제 기준에 벗어난 사업을 추진한 적이 없는 본 협회로서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문협회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구축한 국제기준을 적용한 인터넷 공사시스템, 독자프로파일조사, 통합보고서, 미디어파워보고서 등을 통해 구현하려 했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보고서의 실현이 요원한 상태”라며 “이에 본 협회는 신문업계에 이를 위해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하고 발전적인 협력과 논의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