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메인뉴스의 고유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뉴스데스크(news desk)는 원래 보도국이나 편집국을 의미하는 말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MBC 보도국’인 셈이다. 미국에선 보도국이나 편집국을 지칭하는 말로 ‘뉴스룸(news room)’이란 단어를 더 흔히 쓰는 모양이다. 케이블 뉴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미국 드라마 ‘뉴스룸’까지 등장했는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종합편성채널 JTBC가 22일부터 ‘JTBC 뉴스룸’을 시작했다. 자사의 메인뉴스를 9시에서 8시로 앞당기고 100분간 편성하면서 ‘뉴스룸’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다. 메인뉴스를 정규편성으로 100분씩 하는 건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다. 전쟁이나 대형 재난, 월드컵 경기 등 뉴스가 넘칠 때 100분 가까이 메인뉴스를 방송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때에도 앞부분에 했던 뉴스를 후반부에 재탕하는 수준이었다. KBS, MBC 등 JTBC 보다 인력과 장비, 예산, 경험이 압도적으로 앞선 지상파 방송사가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을 선뜻 시작한 것이다.
손석희 앵커는 ‘뉴스룸’ 첫 방송의 오프닝에서 뉴스룸 저널리즘의 원칙을 밝혔다. “한 걸음 더 들어가 진실에 접근하되 사실을 공정하고 품위있게 다루겠다”는 것이다. 30년 앵커였다는 그조차 이 대목에선 긴장한 모습이었다.
“JTBC 뉴스룸에서는 진실이 뉴스가 됩니다”라는 뉴스 슬로건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JTBC뿐 아니라 모든 방송사 뉴스룸에서 진실이 뉴스가 되어야 하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 방송환경은 그 당연함을 외면했다. 거의 모든 지상파방송과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이 권력의 눈치를 보며 진실이 뉴스가 되는 길을 스스로 거슬렀다.
진실이 뉴스가 되지 않았다면 진실 아닌 그 무엇이 뉴스가 되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손석희 뉴스는 지난 1년간 진실과 사실, 공정과 품위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지키는 것에 나름대로 진정성을 보여줬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손석희의 JTBC뉴스’는 신뢰도와 영향력이 크게 올랐고, 그 자신감으로 ‘JTBC 뉴스룸’을 선보이게 됐다.
‘JTBC 뉴스룸’이 오후 8시부터 100분간 방송을 함에 따라 MBC 뉴스데스크, SBS 8시뉴스, KBS 뉴스9 등 지상파 메인뉴스와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갔다. 아시안게임 중계로 지상파 방송 뉴스가 늦춰짐에 따라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JTBC 뉴스룸’은 첫 방송에서 시청률이 상당히 올랐다고 한다. 아시안게임 경기 결과 위주였던 지상파 방송 뉴스와는 달리 특유의 탐사보도와 기획취재를 잘 살려 뉴스다운 뉴스를 했다는 평가다. 개편 첫날에도 진도 팽목항을 생중계로 연결해 세월호 관련 소식을 전달했고,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 지’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으며 한·캐나다 FTA의 명과 암 등을 분석했다. 같은 날 MBC에선 아시안게임 소식을 집중배치한 뒤 이른바 ‘대리기사 폭행 사건’ 속보와 한국·캐나다 정상회담에 대한 장밋빛 전망, 사건·사고 기사를 방송해 내용상 큰 차이를 보였다.
‘JTBC 뉴스룸’에선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만한 내용이나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검증을 하는 팩트 체크 코너도 등장했다. 뉴스룸이란 이름 그대로 JTBC 보도국에서 보여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모습이었다. 하지만 워낙 적은 인력에 손석희 개인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아 100분 뉴스의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 ‘3초도 짧다’며 CF같은 뉴스 편집에 익숙해진 우리 시청자가 10분 넘는 아이템, 인터뷰와 대담 같은 긴 호흡의 뉴스 진행에 지루함을 느낄 수도 있다.
어쨌든 이제 뉴스 전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모든 방송사의 ‘뉴스룸’에서 진실을 향한 경쟁이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