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SBS가 제작본부장과 편성본부장, 보도국장을 모두 교체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올해 적자가 300억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되자 ‘긴축경영’의 일환으로 단행한 인사라는 평가다.
SBS뿐 아니라 KBS, MBC 등 지상파 방송사들은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대형 스포츠이벤트로 비용지출이 늘어났지만 내수경기 부진으로 줄어든 광고수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MBC의 광고감소세가 두드러졌다. MBC TV는 올 들어 8월까지 광고 판매율이 42.6%로, 2011년 66.4%, 2012년 54.5%에 비해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국정감사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MBC의 올해 적자 규모가 SBS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MBC는 뉴스와 뉴스 전후의 프로그램에서 광고가 많이 빠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고계에서는 수치상 나타나는 시청률보다 MBC 보도 프로그램의 신뢰성 공정성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면서 광고도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구매력 있는 시청자들이 MBC를 외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면 MBC는 당연히 프로그램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강화해 시청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를 바탕으로 광고 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MBC 경영진은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공영성 강화의 핵심이 될 교양제작국을 아예 없애 버리고, 스타 PD와 기자들을 대거 방송현장에서 배제해 버렸다. MBC를 대표하는 기자와 PD를 일부는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일부는 신사업 개발과 마케팅이란 이름으로 유배한 뒤 또다시 경력사원을 뽑아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공영방송, 아니 개인회사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막무가내식 경영행태이다.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우수 인력을 현업에서 배제하고, 경력사원을 추가로 뽑아 인건비를 늘리는 것은 해사행위이자 배임행위이다. 그럼에도 MBC 경영진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해괴한 인사조치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상식 밖의 경영행태에 일부에선 거액의 적자로 자리를 보존하기 어려워진 MBC 경영진이 노조를 자극하려고 이 같은 무모한 인사를 한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기자, PD, 노조, 시민사회와 각을 세우고 대치하면서 비판언론인들을 욕보이면 정권에서 자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조치가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이 사실이든 아니든 MBC 문제는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역대 대통령은 방송문화진흥회를 통해 MBC에 대한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MBC 지분 30%를 소유한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을 지내지 않았나. 이제는 정수장학회에서 손을 뗐다고 하지만 10년이나 이사장을 지낸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름을 딴 장학회가 대주주인 회사의 경영진이 회사를 스스로 망가뜨리고 있는데 보고만 있는 것은 자식의 도리가 아니다. 하물며 대통령이라면 더 말할 나위도 없다.
혹시라도 MBC가 망가지는 게 정권 차원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다면 터무니없는 생각이다. 일반인들에게 MBC는 이명박 정부 시절엔 김재철 사장을 통해 인식됐지만 박근혜 정부에선 상황이 다르다. MBC와 특수관계인인 대통령을 직접 인식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170일의 파업을 이어갔던 MBC 노조가 ‘언론자유’와 ‘공정보도’를 내걸고 다시 투쟁에 나설 경우 박근혜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다. MBC 구성원들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공영방송 MBC를 최소한의 상식이 통하는 곳으로 돌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