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다자 정상외교 무대에서 ‘매력적인’ 대통령의 진가를 십분 발휘했습니다.”
APEC과 G20 정상회의 등 해외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을 보도한 YTN 리포트의 첫 문장이다. YTN노동조합 공정방송추진위원회는 박 대통령의 외교 일정을 결산한 보도가 일방적인 ‘홍보’ 기사로 변질됐다며 18일 문제를 제기했다.
17일 방송된 해당 리포트는 박근혜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와 G20 정상회의 등에서 한-중 FTA와 한-뉴질랜드 FTA를 타결했다며 이에 대한 설명을 곁들였다. 리포트를 한 기자는 “우리의 경제 영토는 동북아에서 북미와 유럽, 오세아니아까지 확장됐다”며 “14개 국가와의 FTA 체결로 우리나라는 세계시장 진출의 전진기지, FTA 허브 국가로 자리매김했다”고 밝혔다. 이어 “미묘한 동북아 정세 속에 박 대통령은 능동적 균형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YTN노조 공추위는 “최소한의 비판적 접근은 고사하고 대통령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과 칭송에 주력하고 있다”며 “청와대의 주장 인용이 아니라 기자의 주관적 감정으로 단정해버리는 문장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근거 또한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첫 문장에서 언급한 ‘‘매력적인’ 대통령의 진가’라는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이라고 꼬집었다. 공추위는 “대통령을 매력적이라고 규정하고 진가를 십분 발휘했다고 단정한 근거가 무엇인가”라며 “중국과 뉴질랜드와의 FTA 타결을 선언한 것이 매력적이고 진가를 발휘했다는 것인지, 기자가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FTA에 대한 우려나 반대 입장은 전혀 다루지 않고, 일방적인 홍보에 그쳤다는 평가다. 공추위는 “한-중, 한-뉴질랜드 FTA에 대해 피해가 예상되는 농민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데 최소한의 중립적 분석이나 평가 없이 대통령 개인의 엄청난 성과인 듯 일방적인 홍보에 그쳤다”며 “정부의 추상적인 홍보문구를 확인된 팩트처럼 단정했다”고 밝혔다.
타당한 근거 없이 성과 띄우기에 매몰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리포트는 박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을 만나 북한 핵 포기에 노력하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한중일 3국 동맹의 중요성을 공감했다면서 “능동적 균형외교로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의 조우에서 국장급 회의를 독려하고, 한중일 정상회담을 전격 제안했다며 “중ㆍ일 정상회담 등으로 제기된 외교적 고립 우려는 불식됐다”고 평가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창조경제’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소개한 데 대해서도 “박 대통령이 저성장과 고실업 문제 해결을 위한 주요 20개국 정상들의 논의를 주도했다”고 밝혔다. 공추위는 “외교적 고립 우려가 불식됐다고 단정해버리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고 오도하는 행위”라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소개해 국제적 공감대를 확대했다거나 ‘종합적 성장전략 마련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도 자의적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노조는 회사에 해당 리포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다. 공추위는 “그동안에도 청와대쪽에 경도돼 있는 해당 기자의 기사를 여러 차례 접했으나 이 기사는 도를 넘어서 YTN의 공정성과 신뢰도에 큰 해를 끼칠 수 있어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며 “노사 공정방송협약에 따라 해당 기사의 작성 의도와 배경 등을 따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YTN 정치부장은 노조 공추위 주장에 20일 ‘유감’ 입장을 밝혔다. 이동우 정치부장은 20일 “‘매력적인’이란 표현이 귀에 거슬릴 수 있겠지만, 대통령이 세계에서 주목받는 정상 가운데 한 명이며 외교무대에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은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도 다룬 바 있다”며 “일방적 찬양과 칭송에 주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부장은 “거의 모든 언론이 순방의 성과 가운데 한-중, 한-뉴질랜드 FTA 체결로 경제영토가 확장됐다고 보도했는데 어떻게 자의적 해석인가”라며 “과거 사례에 비춰 노조 공추위 성명이 열심히 일하는 기자를 위축시키고 데스크권을 흔들려는 의도는 없었는지 묻고 싶다. 해당 기자 또는 데스크의 의견이나 해명 없는 일방적 성명은 기자 명예를 훼손시키고 회사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사내 갈등 해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