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국·과장 인사를 직접 챙겼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가 사실이라고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밝혔다.
조선일보는 5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장과 과장 두 사람의 교체를 직접 지시했다고 본지에 밝혔다”고 보도했다.
조선 보도에 따르면 유 전 장관은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라더라”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어디서 들었는지 대충 정확한 정황 이야기다. 그래서 BH(청와대)에서 반응을 보이지 못하는 것이겠지. (청와대가) 자신 있으면 허위 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할 텐데”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4일 1면 머리기사(박 대통령 수첩 보면서 “문체부 국·과장 나쁜 사람이라더라”)에서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유 전 장관 등을 청와대 집무실로 부른 뒤 수첩을 꺼내 문체부 국장과 과장 이름을 직접 거명하면서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은 “박 대통령이 당시 누군가의 얘기를 듣고 공직자 이름을 거명하며 인사 조치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당시 주무 장관이 직접 확인한 것”이라며 “유 전 장관은 정식 인터뷰는 고사했으나 십여 차례 메일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유 전 장관은 “조사 결과 정윤회씨 쪽이나 그에 맞섰던 쪽이나 다 나쁜 사람들이기 때문에 모두 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청와대에 올린 건데 정씨 입장에서는 상대방만 처리해 달라고 요구한 것을 (우리 문체부가) 안 들어주고 자신까지 대상이 되었다고 해서…, 괘씸한 담당자들의 처벌을 요구한 것”이라고 조선은 보도했다.
앞서 한겨레는 12월3일과 4일 1면 머리기사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씨 부부와 관련된 문화체육관광부 인사를 직접 챙겼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윤회씨 부부는 승마 선수인 딸의 전국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등을 둘러싸고 특혜 시비 등이 일자 청와대와 문체부 등을 통해 승마협회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히 지난해 5월 문체부는 청와대의 이례적인 지시로 승마협회에 대한 감사를 벌였다.
문체부가 ‘정윤회씨 쪽이나 반대쪽이나 다 문제가 많다’는 취지의 감사 결과를 청와대에 보고하자 박 대통령이 그해 8월 유진룡 장관에게 조사를 담당한 체육국장과 체육과장의 인사조처를 지시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수첩을 꺼내 문화부 두 사람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나쁜 사람이라더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씨 부부는 문체부 조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자 조사의 주무를 맡았던 문체부 담당 국장과 과장의 좌천성 인사에 개입했고, 이 좌천 인사를 박 대통령이 직접 챙긴 것으로 한겨레는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5일자 사설(문체부 국·과장 경질사건 청와대가 답해야 한다)에서 “누군가 영향력 있는 인사가 청와대에 직접 청탁하지 않았다면, 청와대가 스포츠계에서도 작은 단체인 승마협회 감사를 문체부에 지시하고 대통령이 담당 국장·과장을 경질하라고 장관에게 직접 말하기란 어렵다”며 “박 대통령은 ‘나쁜 사람’이란 얘기를 누구한테 들은 건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