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불장난' 부추겨선 안 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우려스런 일이 발생했다. 고등학교 3학년생이 “자신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제 폭발물을 터뜨렸다.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강사로 나선 전북 익산의 ‘통일토크콘서트’ 행사장 참석자들은 갑작스런 ‘폭탄테러’에 혼비백산했고 2명이 화상을 입었다. 그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신씨가 북한 사회를 지상낙원으로 묘사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 행사를 방해하고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북한 체제와 통일에 대한 접근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렇다고 경청과 대화를 통한 설득이 아니라 폭력으로 상대를 제압하려는 것은 실로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이를 부추긴 측면은 없는지 냉정히 되돌아볼 때다. 가뜩이나 선정성 경쟁에 혈안이 된 일부 종합편성채널 뉴스프로그램들이 무슨 ‘버라이어티쇼’라도 되는 양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황이다. 보도전문채널은 물론 지상파 뉴스로까지 이런 분위기는 전이되고 있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이 어려운 북한 관련 소식은 더욱 더 빈번하게 ‘뉴스쇼’의 소재로 활용될 위험성이 크다. 동족상잔의 아픔을 겪은 데다 반세기 이상 지속되고 있는 민족 분단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북한 관련 뉴스는 보도에 더욱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음에도 각종 미디어들은 북한의 실상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보다 비웃거나 깎아내리면서 흥미 위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맹목적으로 비판하거나 부정적이고 암울한 모습 묘사 일변도로 치닫는다. 여기에 조금이라도 이견을 다는 주장이나 사람에 대해서는 여지없이 ‘종북 딱지’를 붙인다. 위험천만한 ‘불장난’의 서곡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여기저기서 불장난이다. 현 정권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최근 검찰에 출두해 “누가 불장난을 주도했는지 곧 밝혀질 것”이라며 자신의 국정개입설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문건정국의 후폭풍이 일파만파다. 대통령의 동생까지 등장했고 ‘십상시’니 ‘7인회’니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가 사실상 ‘수사 가이드라인’을 이미 제시한 터여서 검찰이 내놓을 수사 결과가 국민들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도 의문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적 항공사인 대한항공에선 ‘땅콩 서비스’ 때문에 비행기가 회항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오너 일가가 머리를 조아렸지만 사건을 무마시키기 위해 그룹 차원에서 해당 사무장은 물론, 탑승객에게 회유와 거짓진술을 강요했다는 정황이 포착된 상태다. 폭행·폭언이 있었다는 주장을 놓고도 해당 사무장과 조현아 전 부사장간에 진술이 엇갈린다. 


실체는 간 곳 없고 온통 의혹과 진실공방만 난무한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은 자명하다. 불쏘시개를 들고 불 속으로 뛰어들 게 아니라 불장난의 실체를 규명하고 불을 꺼야 한다. 정치권력과 재벌 총수 자제들이 국민과의 소통은커녕, 국민들의 눈높이를 제대로 파악조차 못 하는 시대에 민심의 대변자, 소통의 창구로서의 소임을 다해야 한다. 


‘백색테러’ 운운하는 서북청년단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토크콘서트에서 폭발물이 터지는 등 이념대결마저 첨예해지는 상황에서 언론이 혹시라도 불장난을 부채질하거나 국민들 사이에 대립과 반목을 증폭시켜서는 안 될 일이다.
제2, 제3의 폭탄테러는 어떤 이유에서든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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