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배당은 달라야 한다

[스페셜리스트 | 금융] 이진명 매일경제 산업부 차장

12월19일 삼성전자가 특별배당금 성격으로 작년 대비 30~50% 배당 증대를 적극 검토 중이라고 공시했다. 현대자동차도 연이어 배당 확대를 예고했다. 이게 신호탄이었다. 대기업들의 배당 확대 선언에 국민은행, 우리은행이 맞장구를 치며 배당 확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윤이다. 이윤은 주주가 댄 돈에 근로자들의 노동이 더해지면서 발생한다. 그래서 기업의 이윤이 급여와 배당이라는 형태로 분배되는 것은 당연하다. 급여는 임직원들에게, 배당은 주주에게 주어지는 대가다. 기업의 이윤은 급여와 배당으로 전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하거나 만일을 대비해 유보하기도 한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7월 취임하면서 가계소득을 늘려 경기를 활성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꺼내든 카드가 기업소득환류세제다. 기업이 번 돈을 끌어안고 있지 말고, 투자를 하든 직원들 급여를 주든 주주에게 배당을 하든 쓰지 않으면 세금으로 가져가겠다는 제도다. 기업들은 어떻게든 돈을 풀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정부는 기업의 돈이 시중에 풀리기를 바랐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과 은행들이 투자나 급여보다는 배당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투자가 쉽지 않고 한번 임금을 올리면 어려울 때 다시 내리기는 불가능해 급여 인상을 피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배당을 선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2조8000억~3조2400억원의 배당을 준비 중이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가 넘는다. 1조4000억~1조6000억원의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뜻이다. 현대자동차의 외국인 지분율도 40% 이상이다.


배당 확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은행들은 외국인 지분율이 더 높다. SC와 씨티는 외국인 지분율이 100%고, 하나금융이 70%, 신한금융과 KB금융이 65%에 달한다. 어림잡아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의 최근 4년치 배당금 5조원 중 3조원 가까운 돈이 외국인들에게 돌아갔다.


국내 은행들은 변변한 해외사업조차 없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수출로 해외에서 대부분 돈을 번다지만 은행들은 한국 국민들과 한국 기업들로부터 예금받고 대출해줘서 벌어들인 돈이 전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 돈을 배당으로 쓰고 그 배당의 절반 이상을 외국인에게 돌려준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억울한 면이 없지 않다.


일반 기업과 은행은 사업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기업은 원재료와 설비 등 자산을 갖고 이윤을 만들어내지만 은행은 불특정 다수의 예금으로 이윤을 얻는다. 따라서 기업은 번 돈이 있으면 주주와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일견 타당하지만 은행은 번 돈을 예금자에게 돌려주거나 적어도 예금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건전성 확보에 투입하는 것이 옳다. 바젤위원회 등 국제기구들도 은행들에게 갈수록 높은 건전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기업소득환류세제가 가계 소득을 늘리기 보다는 외국인들 주머니를 불리는 부작용을 불렀고 일반 기업과는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은행들마저 배당을 압박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은행더러 배당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정부와 대기업 분위기에 편승해 은행들이 ‘거름지고 장에 가는’ 우를 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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