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세월호 유족들이 대학특례 요구했다고 왜곡보도"

세월호 가족대책위, MBC 항의방문

“왜곡보도, 편파보도 일삼는 MBC를 규탄한다!”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배상ㆍ보상 특별법에 대한 MBC 보도가 생존 학생들의 대학 입학 특별전형만을 부각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MBC 보도행태 규탄 및 선체인양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세월호 생존 학생들의 대학 특혜 입학만을 내세우며 가족들이 요구한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MBC에 해명을 촉구하며 보도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MBC는 지난 6일 뉴스데스크에서 ‘단원고 2학년 대입특혜 합의’ 제목으로 세월호 사고 피해자들의 배상과 보상 등을 위한 특별법에 여야가 최종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생존학생들의 대입특혜에 집중하며 앵커멘트와 리포트 첫 단락에 언급했고, 유가족들이 요구한 내용처럼 보도했다. 리포트는 “세월호 사고 이후 생존한 당시 단원고 2학년 학생은 80여명. 여야는 이들 학생들이 정원 외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며 “피해가족 등의 여론을 수렴한 야당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KBS와 SBS는 같은 날 피해자에 대한 배상과 보상, 피해 지역 지원, 추모사업 등 특별법에 담긴 3가지 주요 내용을 전하면서 학생들의 정원 외 특별전형 대입 규정도 있다는 사실만 언급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MBC는 특별법의 수많은 내용 중 유독 대학특례만을 부각시켜 보도했다”면서 “특별법이 정하고 있는 대학특례가 대학의 자율적 결정에 달려 있어 확실히 보장된 것도 아니고, 설사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정원 외이기에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런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무엇보다 마치 가족들이 대학특례를 요구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대학입학을 둘러싼 격한 경쟁에 많은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이런 보도를 접하면 국민들은 가족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책위는 “MBC에 묻고 싶다. 그 분노의 화살로 다시 아파할 가족들은 전혀 안중에 없었는가”라며 “적어도 참사에서 간신히 살아 나왔지만 살아나왔다는 죄책감에 지금껏 제대로 한 번 웃어본 적 없는, 그래서 자신들이 되찾은 목숨마저 끊겠다고 하는 생존학생들에 대한 고려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늦기 전에 언론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강력 권유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ㆍ실종자ㆍ생존자 가족 90여명과 전국언론노조, 민언련 등 언론시민단체들도 함께 자리했다. 장동원 생존학생부모 대표는 “MBC의 보도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며 “아이들이 살아 돌아와 기자회견을 했을 때 언론들에 ‘이슈’가 아닌 ‘진실’을 보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에도 75명의 아이들과 부모들은 여야의 특별법 보도를 여러 언론을 통해 어디에 집중됐는지 봤다. ‘생존학생 정원외 대입특례’란 문구에 당혹과 걱정이 소용돌이쳤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들은 그간 아이들의 상처에 대한 치료지원을 일관되게 요청해왔다. 아이들이 관련 기사와 댓글로 심적인 혼란과 힘겨움을 가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국가는 없었다. 그리고 언론도 없었다”며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국가와 정치권력이 없었고,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은 언론이었다. 언론은 국가를 감시하고 비판하는 의무와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결정적인 순간에 사실과 진실을 왜곡해 전달하는데 앞장선 것이 MBC”라며 “광화문에서 농성하는 유족들을 불법단체로 규정하고, 뒤늦은 특별법 합의도 악의적으로 전달했다. 지금의 MBC는 무능한 것이 아니라 악의를 품은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염정선 엄마의노란손수건 대표도 “세월호가 침몰하던 당시 ‘전원 구조’ 오보를 비롯해 ‘사상 최대 구조작전’ 등 언론은 정작 알려야 할 것은 알리지 않고 유가족 가슴에 칼을 꽂았다”며 “세월호 가족들은 작년부터 진상규명 없는 배상ㆍ보상과 특례입학은 필요없다고 말해왔지만 올해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살아 돌아온’ 아이들이 요구하지 않은 법으로 또다시 상처 주고, 온갖 꼬리표와 낙인을 찍어대는 어른들과 언론들을 용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춘천봉사활동인하대희생자기념사업회 유가족 정경원씨도 “MBC는 요구하지도 않은 특례입학을 유가족이 떼를 써서 넣어달라고 한 것처럼 보도했다”며 “왜곡보도로 가족들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고 국민들을 반으로 나눠 싸우게 했다. MBC는 공영방송이라는 말이 허울 좋은 수식어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미류씨도 “당사자의 목소리를 왜곡하는 것은 무시하는 것보다 더 악질적인 인권침해”라며 “언론은 세월호 참사 이후 반성한 듯 보였지만 여전히 각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9명의 실종자는 돌아오지 못했다. 대책위는 세월호 인양을 촉구했다. 단원고 2학년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4월16일 엄마에게 수학여행 잘 갔다 온다던 제 딸이 아직도 50m 아래 추운 바다 속에 있다”며 “그것은 우리 부모일 수도, 자식일 수도, 저 자신일 수도 있다.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일이 발생했고, 그것은 누구에게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딸을 찾고 싶다. 국가와 대통령이 약속한 것을 지켜 달라”고 말했다.

 

 

가족대책위원회는 이날 MBC에 해당 책임자와의 면담을 요청하며 이진숙 보도본부장 앞으로 요청서를 보냈다. 하지만 전명선 위원장과 유경근 대변인이 MBC 정연곤 경영지원국 안전관리팀 팀장에게 서한을 전달했을 뿐 책임자와의 만남은 불발됐다. 전명선 위원장은 “안전관리팀장이 답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어서 대책위 입장을 잘 전달하고 추후 해명 및 만남에 대해 반드시 회신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사실 사장이나 보도본부장, 최소한 보도국장 등 책임자를 만나 이야기했어야 했지만 MBC가 안전관리팀에서 전달하는 것이 규정이라고 해서 우선 요청서만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MBC는 유가족의 조급증이 민간잠수부의 죽음을 떠밀었다는 등의 세월호 관련 보도로 논란에 휩싸였다. MBC 기자회 소속 121명 기자들과 전국 MBC 기자회는 잇따라 성명을 통해 MBC의 세월호 ‘보도 참사’를 반성하며 국민들에 대한 사죄를 촉구했다. 특히 세월호 침몰 당시 목포MBC 기자들이 구조자 숫자가 잘못됐음을 보고했지만 서울 MBC 전국부에서 이를 묵살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MBC는 광화문 광장의 유가족 농성이 ‘불법’이라는 등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세월호 가족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거나 누락해 도마 위에 올랐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