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 초에 걸쳐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수습기자 공채를 마무리 지었다. 채용 인원은 각 언론사별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다소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채용 방식이다. 언론사들은 인턴, 합숙 평가, 현장실습 등을 도입해 지원자들의 실무 능력을 검증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언론사들은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13명까지 수습기자(취재기자 기준)를 채용했다. 2013년 견습기자를 뽑지 않은 한국일보가 지난해 13명을 채용해 가장 높은 수를 기록했고 조선일보·중앙일보(JTBC 통합)·KBS·매일경제·연합뉴스가 11명을 선발했다. 이어 동아일보 9명, 세계일보 7명, 서울경제 6명, 경향신문·서울신문·한국경제·YTN이 5명, SBS와 CBS는 3명을 채용했다. 현재 전형을 진행 중인 곳은 국민일보 등이다.
언론사들은 ‘현장에 적합한 인재’를 뽑기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조선일보 합격자 11명 중 6명은 지난해 여름인턴을 거쳐 선발된 인원으로, 20여명이 두 달 동안 매주 글쓰기 평가를 치르는 등 경쟁과 교육 과정을 거쳤다. 또한 중앙일보는 2013년 공채부터 4주간의 현장실습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지원자들은 한 달 동안 편집·보도국에서 취재와 관련된 과제를 수행하고 전반적인 태도를 평가받았다.
조선일보 인사 담당자는 “전형에서 떨어지더라도 회사 시스템이나 취재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전보다 한층 심화된 채용 절차에 부담감을 호소하는 지원자들도 적지 않다. 평가 기간 중 타사에 지원할 기회를 잃을 수 있고, 취업 시장에서 ‘을’의 위치인 지원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방법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사들은 이러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최종 전형에서 탈락자를 최소화하기도 한다.
언론사 취업 준비생인 설 모씨는 “오로지 자사의 채용 전형에만 집중하라는 식으로 스케줄이 짜여 있어 아르바이트 등을 하면서 준비하는 사람들은 불만이 많다”며 “기존의 전형을 줄이면서 새로운 전형을 추가하는 것도 아니고, 들이는 시간에 비해 보상이 부족하다.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도 썼는데 떨어지면 타격도 정말 크다”고 말했다.
SBS는 지난 2011년 18주간의 인턴십 평가를 처음 도입했을 당시 기자 지망생들의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SBS는 2013년부터 수습 제도를 없애고 3개월간의 인턴 과정을 거치도록 했으며 올해 초 3명의 인턴을 모두 정식 채용했다. CBS에서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이어진 6단계의 전형이 다소 과도하다는 내부의 문제제기가 있었다. CBS는 2주간 진행된 마지막 실무평가를 마치고 예비합격자 5명 중 3명을 최종합격자 명단에 올렸다.
이러한 채용 절차에 대해 기자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한 방송사 기자는 “뽑아 놓고 기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 보니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려면 실제로 일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물론 떨어뜨리는 것은 너무 야박하지만 기존 기자들 입장에서는 필요한 과정이라는 의견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실제로 현장 실무 등을 통해 소위 부적격자를 걸러내기는 굉장히 어렵다. 탁상행정이라고 본다”며 “후배도 아니고, 후배가 아닌 것도 아닌 애매한 상황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관계가 형성이 되는데, 이를 외면하고 합격자를 가려야 한다는 것도 인간적으로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