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특정 지역 혐오와 성 차별이 담긴 글을 지속적으로 올려온 KBS 수습기자의 정사원 임용 시점을 이틀 앞두고 반대 목소리가 KBS 전 직종,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있다. KBS 기자협회와 여성협회, PD협회 등 11개 협회는 30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일베 수습기자’의 정식 임용을 결단코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날 여의도 KBS 본관 계단 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KBS기술인협회·기자협회·경영협회·방송그래픽협회·여성협회·아나운서협회·전국기자협회·촬영감독협회·촬영기자협회·카메라감독협회·PD협회 등 KBS 내부 모든 직능단체들이 함께 했다. 이들 협회는 지난 26일부터 ‘일베 기자’의 임용을 반대하는 서명운동도 전개 중이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KBS는 권력을 견제하고 자본을 감시하며 사회적 약자를 존중하고, 모든 형태의 차별을 거부한다”며 “특정 지역과 특정 이념을 차별하고, 여성을 혐오하고, 세월호 유가족을 조롱하고, 장애인을 비하하는 몰상식과 부도덕은 KBS의 정체성과 전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장기간 무차별적 조롱과 야유를 공공연히 일삼아 온 폭력 성향의 인터넷 사이트 ‘일간베스트’의 회원이 이제 KBS의 기자가 되려 하고 있다”면서 “이는 공정성, 신뢰성이 생명인 공영방송 KBS에 스스로 사망선고를 내리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대현 사장과 경영진은 문제가 된 신입사원의 임용절차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아울러 신입사원 공개 채용 절차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KBS 전체 구성원들은 앞으로 조대현 사장 불신임 운동 등 다양한 형태의 합법적 불복종 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14년 입사한 KBS 보도국의 41기 ‘막내 기자’들도 나와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각 지역 총국에서 지역 순환 근무 중에 휴가를 내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저희는 오늘 위기에 놓인 KBS를 지키기 위해 각자의 의지로 이 자리에 섰다”고 운을 뗀 뒤 “저희 막내들은 일베 유저를 후배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수습 시절 들었던, 너희들 한 명 한 명은 이제부터 개인이 아닌 공영방송 KBS를 대표하는 KBS의 얼굴들이라는 선배들의 말이 떠오른다”면서 “지난 1년은 제 이름 앞에 붙는 KBS가 갖는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는 나날들이었다. 수많은 현장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은 우리를 기자 개인이 아닌 KBS 그 자체로 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이틀 뒤면 특정 지역 혐오와 성 차별을 숨기지 않았던 수습사원도 KBS 뉴스를 대표하는 기자가 된다”면서 “차별과 폭력, 약자에 대한 배척을 자랑하고 과시할수록 존경을 받는 일베 유저가 KBS 기자라는 이름으로 현장을 누빌 때 시청자는 우리 뉴스를 어떻게 생각할까. 일베 기자가 들어온 뒤에도 KBS는 공영방송으로서 약자에 대한 배려와 평등, 사회 통합을 추구한다고 우리 입으로 말할 수 있을까”라며 참담해 했다.
이들은 “자신이 없다. 지키고 싶은 가치를 잃을까 두렵다”면서 “선배들이 저희에게 누누이 강조하시던 공영방송의 가치를 지킬 수 있게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일베 열성 회원으로 알려진 해당 기자는 현재 3개월째 수습 교육 중이며, 4월1일자로 정사원 임용을 앞두고 있다. KBS측은 “입사 이전의 행적은 사규로 규율할 수 없다”며 사실상 임용 취소가 불가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협회 등은 이와 관련 사장 면담 등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11개 협회는 31일까지 ‘일베 기자 임용 반대’ 서명운동을 진행한 뒤, 서명 결과를 사장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해당 기자는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이후 다른 수습기자들처럼 경찰서 ‘하리꼬미(잠복근무)’를 하지 못하고 내근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