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도중에 발생한 경향신문과 JTBC 간의 갈등에서 우리는 ‘언론의 직업윤리’라는 화두를 전달받았다.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 전문직업인이자 봉급생활자이고 공공의 파수꾼 역할까지 부여된 저널리스트에게 직업적 윤리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눠 볼 수 있다.
첫째, 저널리스트의 직업적 윤리는 저널리스트 개인의 정직성과 양심에 의해 구성된다.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진실을 고민하고, 사실을 사실로 인정해 그 앞에서 정직하고, 양심에 꺼리는 행위를 피하는 과정에 직업윤리가 작동한다.
둘째, 특정의 독자 또는 시청자 그룹 역시 저널리스트의 가치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주독자층의 이념에 의해 진보·보수의 가치를 고수할 때도 있고, 지역언론이나 전문언론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가치를 반영한다. 조합 형태의 언론 역시 후원자들의 지지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직업윤리가 영향을 받는다.
셋째, 조직으로서의 언론사도 저널리스트의 윤리와 실천에 영향을 미친다. 언론사라는 조직은 저널리스트를 규제하는 특정의 이념과 가치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언론사가 저널리즘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의 집합체가 아니라 사주 또는 소유자의 사업체로 작동할 경우 저널리스트의 윤리와 크게 충돌할 수 있다.
넷째는 동료에 대한 책무이다. 이 항목은 저널리스트 중 특히 기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기자들은 동일한 시공간 속에서 경쟁과 협력을 펼쳐야 하고 전문가집단으로서 동일한 대우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여론을 조작하려는 부당한 시도들에는 하나가 돼 대항해야 하고, 신뢰의 추락과 기레기라는 비난은 함께 짊어져야 한다. 따라서 기자는 기자라는 직업의 품위와 사회적 신뢰가 유지되도록 동료기자에 대한 신의와 공정보도를 위한 상호간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다섯째는 사회에 대한 공적 책무이다. 그 사회는 좁게 지역사회이기도 하고, 국가일 때도 있고, 시민사회일 수도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를 넘어서 인류에 대한 책임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쯤에서 각자 자신을 틀 지우고 있는 저널리스트로서의 직업윤리를 점검해 보자. 가장 강하게 반영된 항목은 어느 것인지 그리고 사적인 이익과 미래의 보장을 위해 유보해버린 항목은 어느 것인지 생각해 보자.
더 구체적으로 사주와 경영이익, 지배권력을 뛰어 넘어 독자와 시청자를 위해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하나 그러지 못했던 날들을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정직함과 양심을 미뤄두고 더 편하게 더 안전하게 적당히 마무리된 취재보도는 얼마나 되는지도 스스로에게 다그치듯 따져보자. 저널리스트라는 동료집단의 품격과 가치를 손상시킨 행동들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돌이켜 보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왜 그래야 했는지도 물어보자.
우리는 왜 그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