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인사탄압 멈춰야 한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박노황 연합뉴스 사장의 행보가 거침없다. 편집권 보장 장치인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하더니 이번엔 전임 노조 간부 등을 지방으로 발령내는 ‘보복 인사’를 지난 15일 전격 단행했다. 회사는 인사권이 고유한 권한이라며 문제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내부 구성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2012년 노조위원장을 맡아 공정보도 사수를 위한 103일 파업을 이끈 공병설 기자의 지방 발령은 인사 횡포에 가깝다. 파업 직후 6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이미 받은 바 있는데, 한마디 협의도 없이 사흘만에 가족들과 생이별을 하고 지방으로 떠나라는 비인간적 조처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박노황 사장 편집국장 시절 공보위 간사였던 이주영 기자의 지방 발령 역시 개인적 악연을 인사전횡으로 풀었다는 해석 말고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겠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회사 정책에 반대하면 언제든지 내쫓길 수 있다는 공포감의 조장이다. 이런 분위기에선 상식과 비판 대신 눈치보기와 줄세우기가 넘칠 수밖에 없다. 2012년의 파업이 왜 시작됐는지 경영진은 벌써 잊었는가. 더구나 인사권을 무기로 내부의 비판을 옥죄는 행태는 독재에 다름 아니다. 내부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권력을 감시해야 할 언론의 책무는 외부에만 있지 않다.


급기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잇따라 기수별 성명을 내고 인사철회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28기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침묵을 이어간다면 언젠가 우리 얼굴에 비겁한 속물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것”이라며 “떳떳하게 불이익을 당할지언정 그런 얼굴로 남은 삶을 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후배들의 진정어린 호소에 사장을 비롯한 선배들은 귀닫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사장의 광폭행보에 충심어린 조언을 해야 한다.


박노황 사장은 지난 4월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에서 ‘연합뉴스의 위기 원인’을 파업 탓으로 돌린 적이 있다. 박 사장은 당시 “103일간의 총파업 후유증으로 지난 3년간 조직이 혁신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보복 인사가 노조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에서 비롯됐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그리곤 “구성원들이 서로 아끼고 배려하고 존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본 구성원들이 서로 아낄 수 있겠는지 묻고 싶다.


박 사장의 돌출행보는 사실 취임 초부터 주목받았다. 사장 취임 뒤 현충원 참배를 하는 것을 비롯해 직원들을 모아놓고 국기게양식을 하는 ‘애국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또 편집총국장제를 폐지하는가 하면, 경영진이 임명한 편집상무 아래 편집국장이 있던 과거 직제를 모양만 다른 형태로 부활시켰다. 그러더니 지난달 30일엔 긴급 호소문을 통해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주요 내용은 근무기강 다잡기였다. 희망퇴직 실시, 연봉제 도입, 인사장벽 철폐 등으로 경영효율화를 꾀한다는 것이었다. 언론사들의 잇단 전재계약 해지와 정부의 구독료 삭감 요구 등 내외부의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돌파구는 구성원들의 설득과 동의의 과정을 통해 찾아야지 독단으로 치달아서는 곤란하다. 특히 지금처럼 노조와의 단협을 무시하고,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기자들을 솎아내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겁박식 경영은 내부 분열만 초래할 뿐이다. 


박노황 사장에게 바란다. 노조를 향한 왜곡된 시선을 거두고, 보복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 “후배들이 일에 미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이루고자 한다면 그들과 소통해야 한다. 지금처럼 일방통행식 경영으론 불통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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