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헤드라인, 기사 베끼기, 검색어 장사, 어뷰징, 가십성 연예기사 남발….
포털 뉴스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실시간 검색 뉴스를 미끼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고 광고로 수익을 얻는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포털과 언론의 암묵적 공생은 시장의 황폐화를 불렀고, 결국 사이비 언론을 키웠다. 사이비 언론은 ‘쓰레기’ 취급을 받지만 트래픽을 올리며 돈을 챙기고 있다. 일부 중앙언론사닷컴들도 ‘기사 쓰는 알바’들을 고용하며 트래픽에 목매고 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시절이다.
그런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앞으론 뉴스 서비스 제휴업체의 자격심사를 언론계 자율에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두 포털은 “기업에서는 일부 매체가 검색제휴가 통과되고 나면 악의적 기사를 작성해 광고비를 요구한다며 포털에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기사반복 재전송, 동일키워드 반복 등 ‘어뷰징’성 기사가 증가하면서 기사 질이 떨어지고 저널리즘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며 작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자성은 없다. 제휴 자격 심사를 두고 잡음이 계속되는 원인에 대한 성찰도 없다. 저널리즘의 위기를 부채질한 이유에 대한 분석도 찾을 수 없다. 단지 불만있는 언론사들의 공격을 회피할 목적으로 책임을 언론계에 전가하고 있다. 마치 뉴스서비스 제휴업체만 잘 맺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양 말하고 있다. 언론계가 자율로 평가위원회를 꾸렸는데도, 어뷰징 등 폐단이 계속되면 모든 책임을 언론계에 덧씌우려는 의도다.
특히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과도한 경쟁을 유발한 현실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두 포털은 기자회견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 서비스가 부정적인 측면은 있지만 그게 주는 효용과 가치가 있다”며 폐지할 방침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시장의 현실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돈벌이가 되는 관행적 틀은 깨지 않겠다는 의지다.
두 포털이 언론계에 제안한 평가위원회 구성 또한 시작부터 논란이다. 한국언론재단, 한국언론학회, 한국신문협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에 제안했는데, 반응이 다르다. 신문협회는 “아직 검토 중”이라며 미지근한 반응이고, 인터넷신문협회는 “적극 지지한다”며 참여를 희망하고 있다. 이런 현실이면 준비위 구성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 바탕엔 서로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신문협회는 인터넷신문쪽을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주범으로 인식하고 있고, 인터넷신문쪽은 신문협회 소속사를 기득권 세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일부에선 트래픽 상위순위에 오른 언론사들도 어뷰징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시선도 있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도 실천이 담보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신문협회와 신문방송편집인협회, 기자협회가 공동 제정한 ‘신문윤리실천요강’만 잘 지켜도 많은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다. “언론사와 기자는 타언론사의 보도와 논평을 표절해서는 안 되며, 출처를 명시하지 않고 실체적 내용을 인용해서는 안 된다”고 적고 있다. 출처를 밝히지 않은 기사 베끼기와 어뷰징도 지금의 조항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 묵인하에 관행적으로 눈감는 현실이 더 문제인 것이다.
혼탁한 시장을 바로잡으려고 이 지경까지 온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 자정능력을 잃어버린 언론계의 풍토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다. 언론들은 뉴스 소비자가 왜 신문과 방송을 떠나 포털로 향하는지 이번 기회에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리고 포털에도 촉구한다. 미디어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성찰해보기 바란다. 스스로의 과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새로운 연대와 출발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