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없을까? 디올·샤넬 그리고 맥퀸

[스페셜리스트 | 문화] 심연희 KBS 기자

# 퀴즈. 1. 해골 무늬 2. 김희선이 앙드레김 빈소에 두르고 갔다가 구설수에 올랐던 스카프. 답은 영국이 자랑하는 천재 패션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이다. 


# 4년 전 이맘때를 떠올려본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앞, 구불구불 긴 줄이 건물 밖까지 나와 있다. 알렉산더 맥퀸을 기리는 회고전을 보러 온 사람들이다. 대부분 반바지에 민소매, 폴로셔츠 차림, 얼핏 맥퀸의 그로테스크하고 멋스런 옷과는 관련 없는 사람들처럼 보였지만, 그들은 행복한 표정으로 서너 시간 넘는 긴 줄서기를 기꺼이 감수했다. 세계 최고의 박물관은 물론 시민들까지 패션을 예술로 인정하고 대우하는 현장,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낯선 풍경은 전시장 안에 들어서기도 전에 이미 나를 사로잡았다. 석 달 동안 무려 66만명이 관람했고, 패션을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 시킨 맥퀸 전은 4년이 지난 올해 영국에서 다시 관객을 맞고 있다.


# 패션이 곧 예술이 된 이유는 뭘까. 패션은 가장 실용적인 현대 미술이기 때문이다. 마르셀 뒤샹이 작품이라며 내놓은 소변기가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뜨렸듯이 현대미술은 작가의 생각을 다양한 예술적 기법으로 표현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디자이너라는 ‘작가’의 영감을 옷이라는 결과물로 표현해낸다는 점에서 예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옷을 ‘만드는’ 작가 뿐 아니라 옷을 ‘입는’ 대중도 스스로 주체가 될 수 있는 표현 매체라는 점에서 패션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 2009년,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 옆에 누에고치 모양의 건축물을 설치했던 전시를 기억하는지. 비록 당시 논란에 휩싸이기는 했지만, 프라다의 전시는 우리 사회의 패션에 대한 인식을 바꿔나가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물론 아직도 고도의 판매 전략이라는 비난 등 상업성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 전시회는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는 코코 샤넬이, 최근에는 크리스챤 디올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대규모 전시를 열어 저마다 패션 디자인에 담긴 세계관과 철학, 역사, 예술성을 자랑했다. 


# 이런 문화계 흐름을 지켜보면서 아쉬운 점은 우리 디자이너, 우리 브랜드는 전시를 통해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 자체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2012년 국내에서 문영희씨의 패션쇼를 시도했던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를 본격적으로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패션 큐레이터도 많지 않고 그럼 누구부터 전시를 시작해야 할지 등의 벽에 부딪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패션 디자이너의 예술적 영감을 대중이 함께 나누며 누리고, 이를 통해 패션 디자이너가 국가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되기도 하는 세상, 우리에게는 그저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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