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사장 연임 무리수 그만 두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KBS 조대현 사장이 누구인가? 1년여 전 온 국민을 슬픔에 빠뜨린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 당시 길환영 KBS 사장이 보도에 사사건건 부적절하게 간섭해온 사실이 담당 보도국장의 폭로로 드러났다. KBS 기자들은 당시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나섰고 팀장과 부장들까지도 보직 사퇴로 뜻을 같이 한 초유의 사태 속에 조대현 사장이 지금 그 자리에서 공영방송 수장의 막중한 공적 책무를 수행하게 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조대현 사장 선임을 놓고서 당시 조 사장은 이 정권의 낙점을 받은 인사가 아니었다는 평가가 많았고 이 때문에 그의 이후 행로에 대해서 상반된 관측이 양립해 온 것도 사실이다. 현 정권이 내려다 꽂은 인물이 아닌 만큼 권력에 빚진 것이 없는 그가 KBS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을 보장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 하나요, 다른 하나는 자신의 취약한 정권과의 연줄과 배경을 의식해 더욱 노골적으로 정권을 향한 구애 행보를 보이리라는 회의론이다.


그러나 지금 KBS에서 벌어지고 있는 징계와 부당한 인사를 지켜보면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이 모든 무리수의 뒤에 조 사장의 연임에 대한 욕심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곧 임기가 끝나는 조 사장은 이렇게 해서라도 자신은 현 정권의 의도를 충실히 방송을 통해 구현할 인물이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일까.


그렇지 않고서는 지난해 길환영 사장 퇴진 투쟁에 앞장 선 사원 9명에게 일 년도 더 지난 지금 뒤늦게 정직과 감봉이라는 징계의 칼을 휘두른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독립성과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는 보도에 부당하게 개입한 전임 사장을 퇴진시킴으로써 조 사장 자신을 오늘의 자리에 있게 하는 데 결과적으로 도움을 준 이들을 징계한 것은 자가당착의 극치요 스스로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이율배반임을 모르는가.


최근 KBS에서 이해하기 힘든 일이 어디 이뿐인가. 사측이 한국 전쟁 발발 직후 이승만 정부의 일본 망명 타진설을 보도한 부서의 국장과 부장급 간부들을 평직원으로 발령을 내는 좌천성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과연 공영 방송 KBS에서 앞으로 이승만이라는 현대사의 거인에 대한 공정하고 균형 잡힌 성찰을 시도하는 일 자체가 금기시 되는 상황을 조 사장을 비롯한 사측은 원하는가.


사측은 논란이 된 보도와 이번 인사가 무관함을 강조하고 있지만 조대현 사장이 평소 이승만 대통령을 높이 평가해 온 KBS 이인호 이사장과 보수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한 마디로 자신을 보도본부를 장악할 수 있는 강성 인물로 부각시켜 차기 사장 선임 국면에서 권력의 환심을 사려는 얄팍한 계산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그러나 지금 오히려 조 사장에게 그나마 희박한 연임 가능성을 붙잡는데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즉생’의 어떤 결단으로 보인다. 프로그램의 제작 자율성과 보도의 독립성을 지켜내기 위해 ‘국장 책임제’를 비롯한 일련의 개혁 조치를 완수함으로써 자신을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한 KBS 대다수 구성원들의 공정방송을 향한 염원을 온 몸으로 받아 안는 일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조대현 사장이 그간의 공정성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한 취임 일성을 기억한다. 조 사장은 연임에 연연 말고 길이 존경받을 공영방송 수장이 되는 명예로운 길을 선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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