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같은 편' 오늘은 '적'
세무조사 조선 변호 이명재씨 검찰총장에
김상철 기자 | 입력
2002.01.23 13:20:03
법정에서 ‘같은 편’에 섰던 사람이 이제는 상대편 수장이 됐다.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과 조선일보 얘기다. 지난 17일 취임한 이 총장은 지난해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사생활을 마감하고 법무법인 태평양 고문을 맡아왔다. 태평양은 언론사 세무조사 관련 공판에서 조선일보 변론을 담당해온 곳.
세무조사 이후 사주 3명이 구속되고 언론사들이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명재 총장은 당시 막강 변호인단의 주축으로 언론의 조명을 받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송무를 태평양에 의뢰했고 이 총장과 강원일 전 고검장 등을 변호인단으로 선임했다.
지난해 9월 24일 첫 공판이 열린 이후 같은해 10월 검찰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에 징역 7년, 벌금 130억원을 구형했다. 변호인단은 탈세의 고의성이 없고, 사실관계에 있어서도 검찰의 법률해석이 잘못됐으며 횡령죄는 개인적인 이득을 취한 것이 없어 성립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같은 양상이 이 총장의 전격적인 검찰총장 발탁으로 ‘반전’된 셈이다.
21일 예정됐던 방 사장 공판도 김 총장의 고문직 사퇴에 따른 변호인단 구성 문제로 연기됐다. 송희영 조선일보 사장실장은 “법무법인을 바꿀 계획은 없다. 그쪽에서 변호인단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18일자 신문에 ‘신임 검찰총장을 믿는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이명재 신임 검찰총장 체제는 막다른 골목에 몰려 만신창이가 돼있는 검찰에 기사회생의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이 총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검찰조직을 쇄신하고 거대의혹들을 뿌리까지 샅샅이 밝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