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태영건설 소유 회사 띄우기

노조 "인제 스피디움 살리려 SBS 프로그램 이용"

SBS가 태영건설 소유의 오토 테마파크인 인제 스피디움을 회생시키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 등을 동원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노조 SBS본부(이하 노조)는 해당 프로그램의 제작중단을 촉구했다. 태영건설은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대주주다. 


SBS는 10월10일 태영건설 소유의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한 예능 프로그램 ‘더 랠리스트’의 첫 방송을 시작할 예정이다. ‘더 랠리스트’는 SBS미디어넷이 제작하고 SBS가 편성을 맡은 드라이버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인제 스피디움을 무대로 한 레이싱 관련 예능 프로그램 ‘수퍼 레이서’의 편성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5월7일 방송된 SBS ‘모닝와이드’의 ‘블랙박스로 본 세상’ 코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인제 스피디움에 광고효과를 줬다는 이유로 권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교통사고 과실 비율을 산정하는 방송을 하면서 멘트 및 자막 등을 통해 촬영지를 상세히 소개한 것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이후 지난 6월7일 ‘런닝맨’의 촬영도 인제 스피디움을 배경으로 진행됐으며, 오는 7일에는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 등 라디오 공개방송도 예정돼 있다.


인제 스피디움은 국제 자동차 경주시설과 함께 숙박, 전시, 체험시설이 결합된 복합 자동차 전문 테마파크다. 태영건설과 포스코ICT, KRF등이 사업비 1900억원 가량을 투자해 2013년 5월 개장했지만 2014년 말 기준 –28억 2600만원의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태영건설은 인제 스피디움에 총 180억원의 운영자금을 차입하기도 했다.


현재 태영건설은 인제 스피디움의 자산관리를 위해 설립된 인제스피디움매니지먼트를 100% 소유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SBS의 지주회사이자 대주주인 SBS미디어홀딩스의 주식 61.22%를 보유한 최대주주라는 점은 “SBS를 사유화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SBS노조는 이에 대해 4일 ‘누가 또 SBS를 태영 홍보방송으로 만들려는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인제 스피디움 홍보 프로그램들을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SBS가 태영건설 소유의 인제 스피디움 살리기에 총동원되고 있다”며 “지난달 회사는 인제 스피디움 숙박권 9000만원 어치를 쓸데없이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내외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인제 스피디움 돈벌이에 기여할 프로그램을 분야를 가리지 않고 5월 이후 대량으로 시기 집중하여 편성, 제작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또 “특수 관계에 있는 기업의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은 금전적 손해 유무로 따질 일이 아니다. 방송법은 시청자의 이익에 우선하여 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개연성을 걱정하여 대기업의 지상파방송 소유지분을 제한한다”며 “SBS와 대주주의 행태는 시청자보다 지배기업의 이익을 챙기는 위법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방송은 국민을 위한 공공서비스라는 사회적 합의가 유효한 지금, SBS가 태영건설의 돈벌이에 사사로이 이용되는 것은 10년 전 노사합의로 ‘SBS는 상업자본과 정치권력에서 독립한다’는 대의를 배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또 “인제 스피디움 띄우기 프로그램을 모두 폐기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회사의 경영을 대표하는 이들은 ‘태영건설’과 ‘미디어홀딩스’의 어떤 주문에도 흔들리지 않고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정한 방송법의 엄중한 명령을 지켜나갈 의지가 있음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BS사측은 지난달 27일 열린 편성위원회에서 “인제 스피디움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 지역민방과 협력관계에서 민방의 요청이 있을 경우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처럼 스피디움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안할 경우 받아들일 수도 있다”며 “오해받을 소지가 있고 해보지 않은 분야라 경쟁력이 확실치 않지만 회사 사정이나 외부 시선을 감안해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SBS홍보팀 관계자는 4일 기자협회보와 통화에서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해 트렌드를 반영해 기획을 하다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기획됐고, 그걸 제작하려다보니 스피디움에서 제작하게 된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띄우려고 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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