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기자 "MBC, 국민 무시하는 흉기로 변해"
언론노조 MBC본부 기자회견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 입력
2015.08.07 09:28:30

복직 21일 만에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이상호 MBC 기자에 대한 재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MBC 상암사옥에 울려퍼졌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서 ‘이상호 기자 재징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는 사측의 분풀이식 징계이고 심각한 언론 탄압”이라며 이 기자에 대한 재징계 철회를 촉구했다.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MBC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 김정남 인터뷰를 보도할 예정’이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가 해고됐다. 그는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소송 1·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승소판결을 받은 뒤 지난달 MBC에 복직했다.
복직 후 심의국 TV심의부로 정식 발령을 받았던 이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MBC뉴스 경쟁력 제고를 위한 제언 등을 올려 구성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MBC본부는 설명했다.
이 기자에 대한 재징계 사유는 MBC가 2013년 1월15일 이 기자를 해고하면서 내세운 것과 같다. MBC는 이번 징계와는 별도로 이 기자에 대한 추가 징계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기자는 “지금 MBC는 ‘국민의 좋은 친구’가 아니라 국민을 적대시하고 있다”며 “저는 MBC 직원으로서 연명하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니라 MBC가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오기 위해 진실과 마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자는 “NLL 광풍에 휩싸여있던 2012년 대선 당시 MBC가 실제로 5분간 진행한 김정남 인터뷰는 굉장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기 때문에 진실을 확인하고자 회사에 특별감사를 요청했더니 해고라는 조악한 징계가 뒤따라왔다”며 “이번 재징계도 인사위원회 7명 중 정족수를 조금 넘기는 4명으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지난 3주간 들여다보니 MBC는 시용 기자들을 이용해 오보를 양산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흉기로 변했다”며 “MBC의 사주는 특정 정권이 아니라 국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해고 무효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 자리에서 또다시 정직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게 돼 참담하다”며 “이번 재징계는 해고의 연장이며 바른말을 하겠다는 기자를 쫓아내겠다는 것과 같다. 이것이 기본과 원칙을 중요시하는 MBC의 경영방침인가”라고 비판했다.
김동훈 언론노조 MBC본부 수석부위원장은 “2년 반 동안 고초를 받고 이제야 복귀한 이 기자에게 다시 정직을 내리는 게 사람이 할 짓인가”라며 “징계를 받아아 할 사람은 이 기자가 아니라 MBC를 망가뜨린 경영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