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권력에 굴하지 않는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1964년 8월17일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200여명은 신문회관(현 프레스센터) 3층 강당에 모여 “우리의 단결된 힘은 어떠한 권력, 어떠한 위력에도 굴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한국기자협회 창립을 알렸다.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은 정권 안정을 위해 언론통제에 나섰고, 특히 언론윤리위원회법 제정을 통해 언론의 공적 책임과 윤리를 내세워 언론자유에 족쇄를 채우려고 했다. 기자들은 언론윤리위원회법 철폐 투쟁에 나섰고, 그 결실이 한국기자협회 창립으로 이어졌다.


당시 모든 부처의 출입기자들이 취재중지 성명을 발표하고 전국언론인대회를 열어 법철폐 투쟁에 나선 끝에 언론윤리위원회법 시행 보류를 이끌어냈다. 그 이후로도 기자들은 정부의 언론통제에 맞서 끈질긴 싸움을 벌였고, 1987년 민주화 이후 언론의 자유가 확대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금의 언론환경은 어떠한가. 한국의 언론자유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 최근 국제인권단체인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5 언론자유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언론자유 지수는 33점으로 ‘부분적 언론 자유국’에 해당한다. 순위는 전체 199개국 중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공동 67위다. 한국은 2011년 이후 5년째 언론자유국 지위를 되찾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언론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에는 대통령과 가깝거나 극단으로 치우친 인사들이 이사로 들어왔다. 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훼손하면서까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공영방송 장악 의도라는 지적마저 나온다.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무한경쟁에 내몰린 언론사들이 스스로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돈벌이를 위해 인터넷을 어뷰징 기사로 도배하면서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기도 했다.


직업 안정성을 위협받는 기자들이 권력과 자본을 견제하는 기사를 자기 검열하는 경향마저 보인다. 기자정신을 살려 소속 회사가 꺼리는 기사를 써봐야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년 6개월 만에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확정 판결을 받아 MBC에 복직한 이상호 기자에 대해 회사는 다시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징계 사유는 이 기자가 2012년 12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김재철, 김정남 단독인터뷰 비밀리 진행’ 등의 글을 올려 회사의 명예를 훼손했고, 회사의 허락 없이 2012년 5월부터 12월까지 고발뉴스에 출연했다는 것이다. MBC가 2013년 1월 15일 이 기자를 해고하면서 내세운 사유와 똑같다.


기자들은 ‘기레기’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무엇을 시작해야 할 것인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살아 있는 시대정신’이며, ‘역사의 기록자’인 언론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자유 수호를 통한 공정보도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라는 시대적 소명을 받았다. 하지만 기자들에 대한 차가운 사회적 시선에서 보듯 한국기자협회가 시대적 소명을 다했고, 지금 다하고 있는가를 물어보면 유감스럽게도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51주년을 맞은 한국기자협회의 창립정신을 다시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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