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은 넓고 조용했다. 349.8㎡ 공간에는 스터디를 하기 위해 모인 한 무리가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거나 몇몇 한겨레 기자가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는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서가가, 또 다른 벽면에는 팟캐스트 녹음실 및 ‘아지트’로 명명되는 스터디 공간 3개가 이어져 있었다. 그 반대편에는 무대를 비롯해 50여개의 의자가 놓여 있는 오픈 스튜디오가 있었다. 문화 시설이 있다는 것 외에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은 분위기. 음료를 만드는 곳 앞 테이블에 놓인 한겨레21, 씨네21 최근호 3주치와 카페 중앙 큰 테이블에 놓인 한겨레신문만이 이곳이 한겨레가 운영하는 공간임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지난 7월28일 문을 연 한겨레 미디어 카페 ‘후(Hu)’. 미디어 카페의 한 달 후 모습은 어떨지 지난 3일 오전 이곳을 찾았다.
한겨레에 따르면 미디어 카페 ‘후’는 사내구성원들의 제안을 발전시켜 열린 뉴스룸, 뉴스가 독자들을 만나는 공간을 구현한 곳이다. 정재권 한겨레 전략기획실장은 “신문 독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오프라인에서 이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젊은 연령층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구현하자는 생각에 미디어 카페를 열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창가 자리에서 일하고 있던 전정윤 한겨레 기자도 “이곳이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장이라든가 작은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침 이날은 한겨레 시사 팟캐스트 ‘디스팩트’의 77·78회 녹음이 있는 날이었다. 벽면에 붙은 ON-AIR에 하얀 불빛이 들어오고 기자들은 스튜디오에서 열띤 토론을 펼치며 녹음을 진행했다. 이재훈 한겨레 기자는 “일주일에 3번 방송을 하는데 1회분은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2회분은 이곳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한다”며 “팟캐스트 전용 스튜디오라 그런지 밀착적인 분위기도 있고, 회사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어 심리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후’에서는 팟캐스트나 한겨레TV 녹화방송이 진행된다. 매주 목요일 ‘디스팩트’가 녹음되는 것은 물론 매달 마지막 주 월요일에는 김어준씨 등이 출연하는 한겨레TV 프로그램 ‘파파이스’ 녹화가 있다. 한겨레 관련 행사나 외부 행사도 열린다. 한겨레21 북콘서트, 아시아미래포럼 청년회의, 제5회 올레 스마트폰 국제영화제 본선작 심사 등이 9월 일정에 있다.
그러나 높은 대관료와 적은 손님으로 인해 수익 창출에 대해 우려하는 내부 시선도 적지 않다. 한겨레 한 기자는 “임대료만 월 1200만원이라고 들었고 그 외 인건비, 관리비 등까지 포함하면 한 해에 들어가는 돈이 상당할 것”이라며 “그러나 2층 카페 위치와 함께 한 시간 당 최소 2만원에서 7만원까지 하는 아지트 대관료 때문에 그만큼 수익이 나기는 힘들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인택 한겨레 전략기획실 팀장은 “애초에 사업을 구상할 때 최소한의 수지를 맞추는 정도로 사업보고서를 제출했고 이사회에서도 수용을 해 진행이 된 것”이라며 “6개월 정도 후에 자리를 잡으면 다양한 수익사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의 내부 모습이나 이름에서 한겨레의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전정윤 기자는 “한겨레 운영 카페라는 특징이 잘 드러나지 않아 이미지 제고에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어차피 카페로 수익사업을 할 것이 아니라면 한겨레를 알릴 수 있는 ‘하니 다방’ 같은 새로운 이름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다”고 전했다. 최하은 후 담당자는 “한겨레에서 운영하는 공간임을 전면에 드러내고 직접적으로 알리는 것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다”며 “그러나 한겨레를 잘 알지 못했던 분들도 편히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 같은 공간 이미지를 선택한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