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기자폭행 묵과할 수 없다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경찰이 취재 중인 기자의 목을 조르고 강제연행을 시도한 일이 발생했다. 기자가 취재를 방해하지 말라며 저항했지만 소용없었다. 공권력의 남용이자 국가권력의 분명한 폭거다.


사건은 지난달 23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를 취재하던 한겨레 김규남 기자가 경찰의 캡사이신 최루액 살포와 강압적인 해산 과정을 동영상에 담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경찰이 방패로 기자를 밀치며 거칠게 대했고, 기자가 “취재를 방해하는 거냐”며 항의하자 갑자기 뒤에서 목을 조르며 강제로 연행을 시도했다. 취재기자임을 거듭 밝혔음에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폭력을 행사했다. 경찰이 나중에 기자인 줄 모르고 그랬다며 해명했는데, 그럼 일반 시민에겐 막무가내로 폭력을 쓰고 연행해도 된다는 것인가. 이날 경찰은 한겨레 기자 말고도 시위 도중 쓰러진 여성을 취재하던 민중의 소리 사진기자도 강압적으로 연행을 시도했다. 주변에 있던 동료 기자들의 항의를 받고 풀어줬지만 국민의 알 권리를 막으려는 경찰 상층부의 어떤 지휘가 있지 않았는지 의심이다.


이번 경찰의 폭행이 단순실수가 아니라는 의혹은 올 들어 부쩍 늘어난 경찰의 집회현장에서의 폭력진압을 볼 때 더욱 그렇다. 6·10민주항쟁 당시 취재 중이던 고발뉴스 이상호 기자를 거칠게 미는가 하면 다른 기자 역시 방패로 밀치며 폭력을 행사했다. 특히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 범국민대회 땐 캡사이신 물대포를 기자와 일반시민 가릴 것 없이 무차별로 살포하고, 불법채증을 하는 등 강경진압을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의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다. 당시 경찰의 폭력진압에 국제엠네스티는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최루액 살포는 폭력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평화적 집회참가자를 해산하기 위한 것으로 국제기준에 위반된다”고 비판했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박근혜 정부가 노동개편 추진과정에서 이에 반대하는 세력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며 사회적 갈등을 더 부추길 것이라는데 있다. 기자폭행이 일어난 그날 행사 또한 노사정 합의에 반발하며 연 민주노총 집회였다. 정부의 해고기준 완화와 임금피크제 도입의 부당성을 비판한 자리였다. 경찰이 ‘법치질서 확립 대책’이라며 내놓은 추진안은 앞으로 집회와 시위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경찰청은 집회와 시위 현장에서 폴리스라인을 법질서 확립 기준으로 삼아 이를 넘어서기만 해도 현장에서 검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현재는 시위 참가자가 폴리스라인을 단순하게 넘기만 하면 일단 채증한 뒤 사후조사를 해왔다. 또 지난 2009년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야간옥외집회 금지’를 다시 꺼내고 나섰다.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편’ 등 4개 구조개혁을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가운데 나온 이번 법질서 대책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대화와 설득이 아닌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하지만 이런 대응은 국민의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크다. 누리꾼들은 정부의 정책을 “제2의 유신” “공안정국”이라며 비꼬고 있다. 정부의 일방통행에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우리는 경찰에 촉구한다. 경찰은 기자 폭행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라. 또 집회와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다시는 폭행을 하지 않겠다는 재발 방지 약속을 하라.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일반시민들에게도 폭력적인 진압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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