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는 지금 페이스북 '좋아요'에 목맨다

페북 경쟁전 후끈

SBS 64만 팬 보유…독보적
조선일보 반년 만에 2배 상승
한겨레·경향·오마이도 상위권


언론사마다 차별화 전략 내놔
젊은층 뉴스 댓글 달고 공유
실시간 반응에 기자들도 반겨


영상뉴스 등 콘텐츠 실험
디지털 세대와 소통 효과
연성화된 뉴스 치중 우려도


“노답” “대법원 1따봉” “헤헤 잘 알겠습니다”. 온라인 채팅방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일보 페이스북 기사의 일부이다. 대표적인 보수 신문인 조선일보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뉴스콘텐츠 시장에서 색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젊은이들이 고민을 올리면 관리자가 직접 실시간 댓글을 다는가 하면, 1시간에 6~8개씩 올라오는 뉴스피드 게시물엔 파격적인 멘트와 감각적인 사진이 담겼다. 디지털 인력도 대폭 물갈이됐다. 전체 팀원 중 절반이 교체되고 카드뉴스를 제작하는 인턴과 디자이너도 2주에 1번꼴로 새로 충원됐다. 업계에선 조선이 강력한 페이스북 드라이브를 통해 ‘조선스러움’을 탈피하는 데 상당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달 팬 수는 30만을 넘어섰다. 반년 만에 2배를 끌어올린 셈이다.



조선일보만의 일이 아니다. 경향신문과 SBS, 한겨레 등 대부분의 주요 언론사들은 페북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안간힘이다. 본지가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유엑스코리아 빅데이터센터의 자료를 바탕으로 각 언론사 페이스북 현황을 살펴본 결과 지상파와 주요 일간지를 포함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복수의 자사 페이스북을 보유하고 있었다.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점유율을 대표하는 팬 수. 언론사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은 팬을 거느린 곳은 SBS가 독보적이다. SBS뉴스는 지난달 26일 기준 64만1142명의 팬을 보유하며 2위 조선일보(30만2837명)를 압도했다. TAT(Talking About This) 수치에서도 SBS는 단연 으뜸이었다. 타임라인 포스팅과 좋아요, 댓글, 공유, 태그 등을 포괄하는 TAT지수는 사용자들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잘 진행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SBS 뉴미디어실의 SNS 부서에는 4~5명의 메인뉴스 담당자와 18명의 스브스뉴스 담당자가 공존한다. 메인뉴스 계정 담당자는 하루 평균 20개 정도의 기사를 유통한다. 대부분 각 부서의 기자가 만든 방송리포트를 ‘자막뉴스’로 재가공하거나, 영상 일부를 캡처한 게시물이다. 새로운 형식의 코너기사는 대개 스브스뉴스팀에서 제작을 한다. 하루에 많으면 7~8개, 적으면 3~4개의 콘텐츠가 생산된다. SBS 뉴미디어국의 한 기자는 “출퇴근 시간대는 카드뉴스 같이 짧은 것 위주로 내보내고 자기 전이나 점심 직후엔 심층기사와 같이 장문의 콘텐츠를 올리는 게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구체적인 유통 계획과 엄격한 선별 과정은 필수다. 심석태 SBS 미디어실장은 “내부적으로 최대한 자율성을 주는 게 원칙”이라면서도 “저널리즘 관점에서 ‘퍼나르기’ 수준이 아니라 추가취재를 통해 다른 관점에서 기사를 생산하고 리뷰 과정을 거치는 게 SBS만의 전략”이라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의 페이스북도 상승세다. 유엑스코리아에 따르면 한겨레는 11월 기준 PIS(Post Interaction Score)와 좋아요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PIS지수는 좋아요와 댓글, 공유 3가지를 포괄하는 지표이다. 한겨레 편집국의 한 기자는 “내 기사가 페이스북으로 올라가면 실시간 반응을 볼 수 있어 더 긴장된다”며 “태그를 이용해 기사를 타고 들어가는 재미도 있다”고 했다. 최근 한겨레는 디지털콘텐츠팀의 인력 3명이 따로 나와 SNS팀을 결성했다. SNS팀은 콘텐츠팀의 기자가 생산한 기사를 재가공해 유통하는 역할을 한다. 박현철 한겨레 SNS팀장은 “예전엔 단순히 기사를 요약하거나 달랑 한 줄의 리드문을 쓰는 등 딱딱한 이미지였는데, 최근엔 운영하는 사람도 사람이라는 친근한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언론사 페이스북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경향신문의 전략도 눈여겨볼만 하다. SNS담당 기자는 아침 8시에 출근해 밤 10~11시까지 14건 정도의 기사를 올린다. 최민영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장은 “경향은 브랜드 성격에 맞는 내용의 콘텐츠를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하는 게 내부 가이드라인이다. 속보를 앞 다퉈서 올리거나 선정적으로 올리는 건 지양하고 대부분 두고 읽을 수 있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올린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미디어기획팀은 페이스북 콘텐츠를 따로 제작하지 않는다. 편집국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여러 부서에서 자발적으로 만든 카드뉴스를 유통하거나 디지털영상팀에서 제작한 영상뉴스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최 팀장은 “일단 좋은 뉴스를 만드는 채널(페이스북)이 생겨 감사한 마음”이라며 “현재 다른 방식의 콘텐츠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방송 신문사뿐만 아니라 인터넷뉴스도 페이스북 경쟁에 가담해 선전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좋아요와 댓글, 공유 등의 순위에서 모두 상위권이다. 이를 관리하는 SNS팀원은 단 2명. 이들은 번갈아서 하루 50개~70개 정도의 기사를 올린다. 평일엔 20분마다, 주말엔 한 시간에 하나씩은 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들은 기사를 자체적으로 생산하지 않는다. 사진부와 오마이스타, 사는 이야기, 모이 등과 같은 패밀리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콘텐츠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또 오마이TV 등 방송 쪽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를 이용하기도 하고, 기자들이 만드는 인터랙티브, 카드뉴스 등도 재활용한다. 유창재 오마이뉴스 SNS팀장은 “우리의 전략은 공유전략”이라며 “다른 데보다 공유지수가 높다. 하나의 이슈에 대해 후속취재를 해 계속 끌어가려고 하는 것이 시민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큰 공을 들이지 않고도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고 낡은 언론사 이미지를 쉽게 쇄신할 수 있다. 또 포털 의존적인 뉴스 유통 구조를 벗어날 수 있고, 기사 접근이 늘수록 자사 홈페이지로의 유입도 늘어나 수익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뉴스의 소비층은 40~50대의 중장년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스마트폰 등으로 모바일 뉴스 소비가 늘어나면서 연령대가 급격히 낮아졌다. 10대부터 30대까지의 젊은이들이 SNS를 통해 주요 뉴스에 댓글을 달고 공유를 하면서 새 판이 짜진 것이다. 언론사들은 보수 언론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20대들에게 ‘좋아요’를 얻기 위해 카드 영상뉴스나 움짤뉴스 등의 색다른 기사를 선보인다. 인물 중심의 감성 콘텐츠를 통해 20대의 마음을 사로잡겠단 전략이다.


짧고 단순한 페이스북 기사의 파급력이 클수록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언론사끼리 치열한 경쟁을 하다보니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보다 연성화된 뉴스만 난무하고 있다는 것. 주요 일간지 온라인 부서의 한 기자는 “가볍고 재미있는 콘텐츠가 먹힌다는 것은 알지만 반말이나 욕설 등 위험한 표현들이 거리낌 없이 써지는 것을 볼 때면 아찔하다”고 했다. 디지털 세대와의 관계 개선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언론 신뢰도라는 큰 그림에서는 위험 부담이 크단 얘기다. 정수영 제일기획 디지털전략팀 차장은 “연성화로 젊은 타깃을 끌어들이되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짜는 게 관건”이라며 “여러 개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정치, 사회, 스포츠, 기획, 가십 등으로 기사를 분류하고 전문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호훈 한국영상대 광고영상디자인학과 교수도 “자칫하면 뉴스 밸류의 하락은 물론, 의제설정기능의 상실로 이어져 결국 ‘저널리즘의 실종’까지 다다를 수 있다”며 “언론사는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친 기사를 독자와 어떻게 소통할 지 고민하고, 독자는 ‘소비자 권리’ 차원에서 스스로 권익을 지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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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뉴스·화제 콘텐츠 이중 전략

<팬·TAT 1위, SBS 전략은?>
SNS·스브스팀 별도 운영
웹툰·체험뉴스 등 선보여


SBS에는 점잖은 첫째와 당찬 둘째가 있다. 첫째는 매시간 뉴스를 전달하며 시청자들과 소통하는 듬직한 자식이고, 둘째는 엉뚱하면서도 재치가 넘치는 자식이다. 바로 SBS 페이스북 이야기다. 첫째는 SBS 뉴스 페이스북을, 둘째는 스브스뉴스 페이스북을 의미한다.


SBS 뉴스 페이스북은 팬수와 TAT(Taking About That) 지수에서 다른 언론사를 압도한다. 유엑스코리아 빅데이터센터가 지난달 1일부터 26일까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SBS의 팬수는 지난달 26일을 기준으로 64만1142명이다. 이는 2위와도 30만명 넘게 차이 나는 수치다. TAT에서도 SBS 뉴스 페이스북은 일 평균 26만7381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SBS 뉴스뿐만 아니라 스브스뉴스 페이스북도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다. 1일 기준 스브스뉴스의 팬수는 14만1252명. 이는 12만5385명의 팬을 보유해 10위를 기록한 JTBC 뉴스보다 2만명 가량 많은 수치다. TAT 지수에서도 스브스뉴스는 1일 12만1881을 기록해 많은 상호작용이 일어남을 보여줬다.


SBS는 뉴미디어실 안에서 두 개의 페이스북을 관리한다. SBS 뉴스 페이지는 별도의 직제나 조직 없이 SNS 팀에서, 스브스뉴스는 스브스뉴스팀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한다. 팀 규모는 크지 않다. SBS 뉴스 페이지의 경우 정규직 콘텐츠 기자 1명과 계열사 직원 1명 외에 아르바이트생까지 4~5명의 인원으로 꾸려져 있고, 스브스뉴스는 기자 3명을 제외하고 인턴들이 주축이 돼 총 18명 정도의 인원이 일하고 있다.


올라오는 게시물의 양과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 SBS 뉴스에는 기사나 날씨뉴스, 앵커의 클로징 멘트 등이 올라오고 SBS 동영상 서비스인 비디오머그 콘텐츠도 공유된다. ‘오늘을 여는 SBS 뉴스 5선’ 등을 비롯해 짤막한 카드뉴스 등 하루 20여개의 게시물이 올라온다.


반면 스브스뉴스에는 좀 더 길고 심층적인 카드뉴스가 게시되고 ‘직장인 공감툰! 스브스 미생’ 등 직접 제작한 웹툰과 최근 화제가 된 아델 소녀의 인터뷰 영상 등 좀 더 말랑말랑하고 쉬운 콘텐츠가 많게는 7~8건, 적게는 3~4건 정도 올라온다. 또 화제가 될 만한 내용을 한 번 더 검증하거나 체험해 새로운 뉴스로 만들기도 한다. 물에 젖은 수건이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커피 위에 계란 노른자를 풀어 넣은 모닝커피는 어떤 맛인지 직접 체험하는 식이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실장은 “서로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게시물을 올린다. 아이템 선정에 매번 관여하지는 않지만 만들어진 과정을 모니터하고 결과물을 다 같이 공유한다”며 “논쟁적인 부분을 자칫 잘못 다루거나 너무 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윤리적인 부분을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한 번 더 확인취재를 하는 등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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