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벌이 급급한 언론…'XX녀' 제목·단독 기사 남발

이미 나간 보도 단독 표기
'개똥녀' '루저녀' 등 유통
클릭수·트래픽만 생각하는
포털 잠식 유통구조 산물

포털에 종속된 뉴스유통 구조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단독’기사가 범람하고 있는가 하면, ‘XX녀’ 등 보도윤리에 어긋나는 표현을 담은 제목의 기사들이 일상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내용, 완결성보다 트래픽이나 상업성이 평가의 잣대가 되는 현 온라인 뉴스 환경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단독기사는 온라인 환경의 특수성에 기인해 생성되고 있다. 누가 먼저 속보를 썼고, 누가 먼저 단독을 했는지 알 수 없는 환경에 언론사 간 경쟁이 더해져 수많은 단독기사가 남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검색만으로도 알 수 있다. 포털에서 단독을 검색하면 수많은 기사들이 제목 앞머리에 ‘단독’을 달고 있다. 네이버의 경우 1일 하루에만 73개의 단독이 쏟아져 나왔을 정도다.


문제는 이들이 진짜 단독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달 12일 카이스트에서 해외결제 오류가 대거 발생했다는 기사는 YTN과 매일경제 두 곳에서 ‘단독’을 달고 보도됐다. 비슷한 시간, 수많은 언론사들이 동일한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기사만 단독이 된 것이다. 앞서 지난달 10일에는 중앙일보가 인명구조견 ‘세중이’의 은퇴소식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5일 전 통신사를 비롯해 부산 지역 언론사가 이미 소식을 보도한 뒤였다.


한 주간지 기자는 “계열사가 보도한 기사를 받아쓴 후 단독을 붙여 온라인에 올린 선배도 있다. 정작 본인은 클릭수가 많이 나왔다고 만족해했다”며 “그런 모습을 보면 경악스럽기도 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어 “독자들은 모든 기사를 다 찾아보지 않기 때문에 단독을 붙여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동료 기자들은 다 보고 있다”며 “동업자 의식과 윤리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XX녀’ 등 특정 키워드를 사용해 이용자의 관심을 끌려는 행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똥녀’, ‘군삼녀’, ‘루저녀’ 등 소위 ‘XX녀’의 계보는 최근 파리참사 관련 국내보도에서 테러 주요 용의자로 오보가 났던 여성을 ‘자폭테러녀’라고 칭하는 것으로 이어지기까지 했다.


1일 포털 검색결과에 따르면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 한겨레신문은 지난달 20일 각 1건, MBN은 지난달 21일 3건의 보도에서 ‘자폭테러녀’라는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다. 해당 표현은 테러 관련 다수 인물 중 여성의 성별만을 특정해 성차에 따른 갈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한국기자협회 윤리강령과 인권보도준칙, 신문윤리강령 등에 위배된다. A 경제지 디지털뉴스 담당자는 “30대 남, 20대 녀 등 성별과 연령대가 나오면 좀 더 클릭수가 나온다. 특히 제목에 여성이 들어가면 많이 클릭한다”면서 “여성에 대한 관음적인 측면이 작용하는 것 같다. 내용을 봐도 낚시 기사인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단독’ 남용과 ‘XX녀’의 사용은 현 온라인 뉴스환경에서 언론사들이 지향하는 바를 분명히 드러낸다. 보도 본연의 가치보다는 포털을 통한 더 많은 노출로 이용자들의 이목을 끌고 자사 사이트로 유입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언론사의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B 경제지 디지털뉴스 담당자는 “‘단독’은 포털 노출을 위한 최적화 전략일 수 있다”며 “‘단독’이 붙어 있으면 포털 편집자 눈에 띌 확률이 높을 것이고, 자사 관련기사 클릭을 통한 아웃링크가 늘어날 것이란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목에 특정 키워드를 넣으면 노출 가능성도 높아지고 이용자들이 검색어로 쓰기 쉬워져 직접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네이버를 통한 유입 비율이 30~40%(UV의 경우)에 달하다보니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관행 때문에 ‘단독’이나 ‘XX녀’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A 경제지 디지털뉴스 담당자는 “뉴스캐스트 시절에는 ‘XX녀’ 같은 키워드를 사용하면 100만 클릭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뉴스스탠드로 바뀐 후에는 큰 효과가 없다”면서 “화제성 기사에 관성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도 “단독이나 특종에 대한 강박증 등 과거의 제작·보도 관행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단독’에 집착하는 것”이라며 “더욱 우울한 것은 기자들이 이런 풍토나 관행에 대해 자기통제권, 자기결정권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먼저 보도하고 제목으로 ‘단독’을 표기했다는 것만으로 비교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내부적으로 퀄리티 있는 속보와 단독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네이버 홍보팀 차장은 “포털 편집은 뉴스 알고리즘에 따라 자동 분류된 기사를 편집자가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단독’이라고 가중치가 있지 않고 언론사와 이용자의 관심사항에 맞춰 가장 먼저 들어왔거나 정보가 충실히 담긴 뉴스를 선택한다. 기사제목은 이용자의 항의 등 사회적으로 해결될 부분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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