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팝니다"…협찬하면 대놓고 정부 홍보

[관행화된 정부 협찬 기사 실태]
협찬 대가 건당 최대 수천만원
부처 맞춤형 홍보기사 내보내
정부, 대행사 동원 언론 접촉

“돈 받고 기사 쓰는 거요? 이 바닥에 있으면 다 안다고 봐야죠.” 한 언론사 기자의 고백이다. 최근 주요언론사들이 국방부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에 돈을 받고 기사를 써준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된 가운데, 다른 부처에서도 이런 관행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기자협회보가 새정치민주연합 배재정 의원실이 16개 정부부처(미제출 고용노동부 제외)와 16개 산하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2015년 정부부처 언론홍보 예산집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정부부처의 정책을 홍보하는 내용의 기사를 돈을 받고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논란이 일었던 국방부뿐만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 병무청, 방위사업청, 농촌진흥청 5곳이 언론기관에 광고 외 협찬기사를 의뢰했고, 언론사는 정기적으로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협찬비는 기사 1건당 백만원대부터 수천만원까지 다양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밭직불금, 서류 한 장만 내면 바로 탄다’ 등 2건의 기사를 써준 조선일보에 4600만원을, ‘50대 “새마을운동” 30대 “친환경 농산물” 10대 “비닐하우스”’를 쓴 중앙일보에 5000만원을 지급했다. 주요 일간지와 지상파방송을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협찬기사 홍보비를 두고 정부부처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것이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SBS는 ‘특공병, MC승무헌병 체력검정 조명’ 등 세 차례에 걸쳐 병무청 홍보기사를 썼다. YTN과 채널A 등도 농촌진흥청에 3000만원대의 협찬비를 받고 홍보 기사를 연이어 내보냈다.


특히 최근엔 정부가 홍보대행사까지 동원해 조직적으로 나서면서 협찬기사가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대행사에 홍보 용역을 맡기는 ‘턴키 홍보’를 확대해왔다. 턴키는 행사와 광고, 협찬 등 홍보 업무를 통째로 맡긴다는 의미다. 이 중에는 언론사 협찬 기사도 포함된다.


본지가 입수한 ‘2015년 정부부처 홍보대행사 계약 현황’ 자료를 보면 해양수산부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외교부, 행정중심복합건설청, 중소기업청, 통계청 등 12곳이 올해 홍보대행사와 300억원대의 신규 계약을 맺었다.


한 경제지 기자는 “사업국을 통해 제안이 오거나, 데스크 또는 평기자에 알음알음 방식으로 의뢰가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홍보대행사 측에서 기사 한 건당 얼마면 되는지 대놓고 물어볼 정도”라고 했다.


언론사의 협찬 기사는 이미 올 하반기부터 논란거리였다. 지난 8월 새정치민주연합 한정애 의원실이 공개한 ‘고용노동부의 2014년 홍보용역’ 자료를 보면 채널A와 매일경제, 머니투데이, 중앙일보, 한국경제 등 주요 언론사 대다수가 연루된 것을 알 수 있다. 한정애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시간 선택제 일자리 인지도 제고’ ‘상생의 노사문화’ 등 14건의 정부 정책과 관련한 홍보기사를 의뢰하고, 10곳의 홍보대행사에 용역을 맡기며 62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지출했다.


고용노동부뿐만이 아니다. 정부는 매해 홍보대행사와 언론사에 홍보비 명목으로 수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지출해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인영 의원실은 보건복지부의 ‘2014년 국가치매관리산업 홍보사업 최종리포트’를 통해 홍보대행사가 SBS와 조선일보, 매일경제 등 주요언론사에 협찬기사 홍보비를 집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도 지난달 12일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일보가 국방부 홍보대행사로부터 1억원을 받고 4차례 이상 홍보기사를 실었다고 주장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사건이 보도된 후 출입기자단들이 각성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왜 우리는 안주냐’며 볼멘소리를 했다”며 “언론사 내부 각성은커녕 정부-언론사-홍보대행사 3곳 모두 실적에 눈이 멀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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