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부당해고 진실 낱낱이 밝혀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MBC가 2012년 노조파업을 빌미로 증거도 없이 기자와 피디를 해고했다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가 최민희 의원실에서 입수해 보도한 녹취파일을 보면, MBC 임원의 노조에 대한 극도의 반감과 부당해고 실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은 2014년 징계무효 소송 1심 패소 뒤 극우매체 인사와 함께 한 자리에서 “박성제하고 최승호는 증거불충분으로 해서 기각한다…그럴 것을 예측하고 해고시켰거든. 그 둘은 왜냐면 증거가 없어”라며 소송에서 질 것을 알고도 무리하게 해고시켰다고 시인했다. 백 본부장은 이어 “걔네들이 노동조합 파업의 후견인인데, 이놈들 후견인은 증거가 남지를 않잖아. 가만 놔두면 안되겠다 싶어 해고를 시킨거에요”라며 노조에 대한 적대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당시 노조를 무력화하고 물갈이하기 위해 조직에서 신망이 높은 두 사람을 해고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는데 이번 녹취파일로 그 말이 사실이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 MBC 경영진은 파업당시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와 정직이 ‘정당한 인사권’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노조원 44명이 제기한 징계 무효 소송, 회사가 노조집행부 16명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과 노조집행부 5명에 대한 업무방해소송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파업을 ‘공정방송을 위한 파업으로 정당하다’고 일관되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회사는 대법원에서까지 징계 무효 판결을 받은 이상호 기자 등에 대해 또다시 징계를 내리는 후안무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권성민 예능국 PD는 회사를 풍자한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해고당해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파업 이후 MBC는 파업에 참여했던 기자들을 뉴스제작과 무관한 부서로 인사이동시켰는데, 이 또한 ‘조직 물갈이’ 측면에서 치밀하게 진행됐다는 정황이 녹취파일로 확인됐다. 백 본부장은 “회사가 많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돌변할 가능성이 높다. 조직적인 정비를 올해 안에 해야 된다. 경력사원도 뽑았다”라며 경력사원 채용이 경영진에 우호적인 조직으로 바꾸기 위한 전략임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MBC는 2013년 88명을 비롯 2014년 15명, 2015년 37명의 경력사원을 뽑았다. 신입은 3년동안 20명에 불과했다.


회사쪽의 파업참가자에 대한 보복성 징계와 인력 재배치는 노조파괴 공작을 일삼는 악덕기업의 행태와 빼닮았다. 공영방송의 행태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진상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사실관계가 밝혀지겠지만, 공영방송 간부가 증거도 없이 해고를 자행해도 되는 것처럼 발언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녹취파일이 폭로된 후 MBC 내부는 물론 언론계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MBC 기자협회와 PD협회 등 4개 직능단체는 성명을 통해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소수가 횡포를 부려서 뒤흔드는 막가파식 행위이자 헌법정신과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공중분해했던 시사교양국과 카메라기자 조직을 복원시키고, 부당 전보한 구성원들을 원래 소속 부서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엇보다 안광한 현 MBC사장이 파업 노조원을 징계할 때 인사위원장을 맡았는데, 이번 녹취파일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부당해고에 조금이라도 관여했다면 사장직을 사퇴하고 당사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관인 방송문화진흥회는 파업노조원들에 대한 해고가 부당하지 않았는지 전면 재조사해, 부당한 징계를 한 것이 밝혀지면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