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TV사장 '호화 출장' 대충 덮어선 안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또 터졌다. MBC ‘부당해고 실토’ 녹취록 파문에 이어 아리랑TV 사장의 ‘초호화 해외 출장’ 의혹이 터져 나왔다. 경향신문과 뉴스타파의 보도를 보면, 방석호 아리랑TV 사장의 ‘황제 출장’은 도덕적 해이 수준을 넘어섰다.


방 사장은 작년 박 대통령 유엔총회 연설 생중계 임무를 맡은 미국 출장 때 한 끼에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고, 하루 대여비가 1000달러에 달하는 리무진을 빌려 명품 쇼핑몰을 돌아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방 사장이 식사를 했다는 인물들은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방 사장 측은 경비 허위기재에 대해 “실무자가 바뀐 스케줄을 모르고 정산하며 발생한 착오”라고 해명했지만, 실무자는 “사장이 출장명세서에 적어준 명단을 그대로 적었다”며 부인해 거짓으로 들통 났다.


또 방 사장 가족들이 미국출장 시기에 맞춰 뉴욕 여행을 간 것도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미심쩍다. 딸이 SNS에 방 사장과 찍은 사진을 올려 ‘기분 좋은 드라이브’ ‘우리 가족의 추석나들이’라는 설명을 붙였는데,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한 사람이 가족일 것이란 의혹을 뒷받침한다. 작년 5월에 혼자 뉴욕 출장을 가서는 아들과 한 끼에 10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며 법인카드로 결제한 것을 볼 때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세금을 쌈짓돈처럼 펑펑 쓰며 호화출장을 한 행태가 사실이라면 범죄행위에 가깝다.


더구나 아리랑TV는 기금이 거의 바닥나 회사의 존폐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700억원의 기금으로 설립됐지만, 2003년 이후 계속된 적자로 기금이 고갈돼 현재 100억원 밖에 남지 않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그 조직을 책임진 사장이 공사 구분없이 제 잇속만 챙기려 한 작태가 한심스럽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방 사장의 사의를 전격 수용하고 특별조사에 착수했지만, 꼬리자르기로 끝나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일탈적 행위로 사건을 축소해선 안 된다. 횡령 등 법 위반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면과 해임 등 보다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우리는 감사원 감사에 이어 검찰 수사로 진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는지 예의주시할 것이다.


사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방송장악 욕망이 빚은 인사참사에 가깝다. 방 사장은 방송장악 논란이 있을 때마다 등장했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정연주 KBS사장을 해고시킬 때 방 사장이 여당쪽 이사로 찬성표를 던졌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 정치판을 기웃거리더니, 결국 아리랑TV에 ‘낙하산’으로 사장 자리를 꿰찼다. 방 사장 취임 뒤 아리랑TV에 정부여당 관계자들의 출연이 줄을 잇고, 종편과 흡사한 대담 프로그램이 선보이는 등 정치색이 강해졌다고 한다. 언론의 공정성보다 정권의 입에 맞는 사람만을 쓰다 보니 충분한 자질검증이 됐을 리가 없다. 도덕성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연초부터 잇따라 터져 나온 방송계 간부들의 비정상적 행태를 보자니, 박근혜 정부가 ‘방송의 비정상화가 정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다.


아리랑TV는 해외방송을 통한 국가이미지 제고와 방송 영상물의 세계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많은 직원들이 이런 사명감을 갖고 열악한 근무여건에도 묵묵히 일하고 있다. 방 사장의 ‘호화판 출장’은 이들에게 엄동설한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와 다름없다. 사의로 대충 넘어가려 하지 말고, 직원들에게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후 진행될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는 것이 그나마 남은 자존심을 지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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