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왜 언로를 막으려만 드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양대 공영방송의 내부 감시활동 탄압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다. KBS는 새노조 산하 공정방송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의 간사와 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에게 각각 감봉 6개월, 견책의 징계를 확정했고 인사위원회 회의장 바깥에서 항의하던 노동조합 간부들을 청원경찰을 동원해 물리적으로 끌어냈다. 노조의 공방위 소집 요구는 무시하고 있다. 심지어 이러한 일련의 흐름에 반발하는 기자들의 기수별 성명서 일부를 강제로 삭제하기까지 했다.


KBS는 새노조 등이 ‘공정방송 감시’를 명분으로 취재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경위를 파악하고 압력을 넣는 등 무소불위의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으로 황당하고도 이율배반적인 인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건만 봐도 그렇다. 민중총궐기 집회 때문에 교통체증이 발생해 수험생들이 피해를 입었다면 중요한 뉴스다. 그런데 그러려면 어느 정도 인과관계가 성립해야 하고 그것을 취재를 통해 증명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일 여러 언론사가 유사한 취재에 나섰지만 그 인과관계는 충분치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집회는 오후에, 시험은 오전에 열렸기 때문이었다.


KBS를 제외한 다른 언론사가 해당 보도를 하지 않았던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 보도가 강행됐다면, 거기에는 어떤 추가적 배경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고 의문을 갖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따라서 보도 당사자들을 상대로 경과를 파악하는 건 타당한 일이며, 그런 일을 하라고 노-사는 단체협약에 따라 ‘공추위’라는 기구와 ‘공추위 간사’라는 직을 만든 것이다. 그 정신과 합의에 따라 본분을 다한 이들을 향해 징계의 칼을 휘두르고 있으니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MBC 역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내부 감시 및 언로 탄압에 앞장서고 있다. 이미 지난해 보도국장이 직접 나서 노조 산하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의 보도 경과 확인에 응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응하다 적발되면 징계하겠다는 엄포도 놨다. 민실위를 향해서는 민실위의 활동이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며 징계는 물론 형사고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심지어 보도국에 배치된 민실위보고서를 보도국장이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충격적 사건도 발생했다. 이 보도국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렇게 앞뒤 안 따지고 알레르기성으로 막장식 탄압을 일삼고 있으니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사측의 민실위 취재 불응 지시 등의 행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린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또한 MBC는 최근 인트라넷에서 ‘자유발언대’라는 게시판을 없애버리고 대신 ‘커뮤니케이션’이라는 게시판을 신설했는데, 이 게시판에 올라오는 회사 비판 글은 게시판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대부분 삭제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공정방송’은 방송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이다. MBC 파업 해고무효소송에서 1·2심 법원이 일관적으로 일제히 확인해주고 있는 대명제다. 물론 법원은 저마다 ‘공정방송’에 대한 기준과 해석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한다. 따라서 방송사가 공정방송을 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해당 방송사 내부에서 각기 다른 기준과 해석을 놓고 활발하게 토론하고 있는지 여부 자체라고 법원은 밝혔다. 방송사 내부에 자유롭게 문제제기할 통로가 있는지, 그 공간에서 자유롭게 논의가 이뤄지는지 그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부 언로를 틀어막고 감시와 비판을 봉쇄하는 양대 공영방송의 조치는 그 자체가 중대한 근로조건 침해로 위법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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