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 출입 기자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재판 당시 상황을 취재하던 도중 국정원 직원들의 대선개입 사건 중 아직 처리되지 않은 사건이 있다는 사실을 검찰 내부 취재원을 통해 알게 됐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전에 극우 성향의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수천 개의 글을 올려 검찰 수사를 받은 국정원 직원 3명이 추가로 있다는 것이다. 그 당시까지 세상에 알려진 국정원 직원은 전라도 지역 비하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막말로 기소된 ‘좌익효수’ 1명뿐이었다.
좌익효수 외에 검찰이 처리하지 않고 비밀리에 묵혀둔 국정원 직원들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충격이었다. 일간베스트는 극우·엽기 성향의 사이트로 사회적 골칫거리가 될 만큼 여론을 어지럽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국정원 직원들이 수천 개씩 게시글과 댓글을 달고 활동했다는 것은 국정원의 부끄러운 민낯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특히 검찰 공안부가 특별수사팀에서 이 사건을 인계받은 뒤 관련자들을 수사하지 않고 철저히 은폐했다는 점이 검찰로서는 뼈아픈 부분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는 검찰과 법원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곳곳에 나비효과처럼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원세훈 전 원장과 좌익효수는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테러방지법’을 두고 야당은 필리버스터로 막아내는 중이다. 국정원이 선거를 앞두고 직원들을 동원해 댓글을 쓰고 여론조성에 개입하려 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국정원의 ‘월권’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사가 국정원 선거개입의 위험성을 환기하는 역할을 했다고 자부한다. 국정원이 국내 여론을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힘든 여건 속에서 원세훈 전 원장의 공판을 3년 넘게 이어가고 있는 특별수사팀에게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