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여론조사 보도 제대로 해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는 20대 총선과 관련해 지난 14일까지 총 61건의 여론조사 보도를 심의했다. 이의신청 사례 11건과 선관위 모니터링 50건 등이다. 선관위는 이 가운데 56건을 인용했다. 또 고발 2건을 비롯해 경고 3건, 준수촉구 1건, 과태료 2건 등의 조치내역도 밝혔다.


여론조사 심의에서 가장 많이 적발되고 있는 사례는 여론조사시 준수사항 위반으로 모두 30건이다. 이어 공표·보도시 준수사항 위반이 10건으로 뒤를 이었고, 여론조사 왜곡·조작 6건, 공표·보도전 홈페이지 미등록 6건 등이다.


과거 선거와 달리 20대 총선은 여야 각 당이 안심번호 여론조사를 통해 당내 경선을 진행하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기존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유선전화 자동응답(ARS)으로 진행해 2040세대에 대한 표본샘플 확보가 어려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선관위가 각 통신사에서 받은 안심번호를 각 정당에 제공하고, 각 정당은 안심번호를 통해 휴대폰 RDD 방식으로 면접조사 또는 자동응답 방식으로 여론의 추이를 파악할 수 있다.


여야가 이처럼 안심번호 여론조사로 당내 경선을 진행하면서 각 예비후보들은 전국 곳곳에서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방식과 결과 분석은 의뢰자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의뢰자측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했다. 예를 들면 후보자별 호명에 ‘로테이션’ 방식을 적용하지 않는 방법이다.


특히 ‘휴대폰+유선전화’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면서 안심번호 대신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번호를 여론조사 기관에 제공하고, 조사를 실시한 사례도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올 들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와 관련해 여론조작 의혹이 확산됐다. 그럼에도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 심지어 일부 인터넷 언론은 예비후보자측의 도움을 받아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대문짝만하게 보도하면서 사실상의 불법선거에 앞장섰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여론조사 기관들은 여론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와 여론조사 기관, 각 언론사 등 2개 주체만 정신을 차려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여론조사 기관이 스스로 준법조사를 실행하고, 언론도 조작의혹이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선관위와 여론조사 기관의 이 같은 자정노력은 그들의 몫이다. 우리는 언론 본연의 공정보도를 실천하기 위해 이제는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도하겠다는 굳은 결의를 다져야 한다. 통상적으로 ±4%p로 표기되는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를 상당수 기자들은 최대 8%p로 생각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8%p 내의 결과는 언제든지 결과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부 언론은 오차범위 내의 결과를 보도하면서 ‘압도적 1위’ 또는 ‘승승장구’, ‘당선 파란불’ 등으로 보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렇게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각종 선거에서 민심을 왜곡시키는 중요한 범죄가 될 수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다음 선거부터라도 적용될 수 있도록 여론조사 기관에 대한 등록제를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여론조사 업체들을 관리·감독하고, 조사업체 임직원에 대한 수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각 언론은 여론조사를 보도하기 전에 선관위가 제시한 보도 준수사항을 정확히 이행하고, 나아가 여론조사 왜곡·조작 사례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을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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