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저널리즘에 적응하는 언론사들이 다양한 신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최근 지역 일간지들이 앞다퉈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활자와 지면의 한계를 넘는 새로운 도전이다. 최첨단 시각 저널리즘인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선보이는 종합일간지도 늘어나고 있다. 봄을 맞아 움트는 듯한 혁신이 동종 업계에 선의의 경쟁 릴레이의 시발점이 되는 듯하다.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신규 콘텐츠들에서는 공급자 중심적인 한국 언론의 과제를 동시에 발견하게 된다.
디지털 영역확장을 꾀하는 언론사들은 종종 낙관의 오류에 빠지곤 한다. 우리 회사의 ‘브랜드’를 걸고 도전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하지만 디지털에서 옛 브랜드 파워는 거의 통하지 않는다. 쉬운 말로 “계급장 떼고 한 판 붙는 곳”이 디지털 콘텐츠 경쟁시장이다. 콘텐츠 자체가 훌륭하면 블로거 한 명이 큰 힘을 얻고, 콘텐츠가 낙후되면 언론사 브랜드가 거창해도 힘을 못쓴다. 수요자들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고 면밀하게 짚어내야 성공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바일 격랑’에 휘말린 많은 언론사들이 여전히 혼란스러워 한다. 콘텐츠를 계획할 땐 ‘수요자가 우리의 홈페이지까지 찾아오거나, 뷰페이지를 클릭해서 귀찮고 수고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꼭 보고싶을 만큼 매력적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일방향적 콘텐츠 공급에 오랫동안 익숙해진 저널리즘 엘리트들은 모바일 인터넷이 열어놓은 새로운 대중의 시대에 적응하는 데 적잖게 애먹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의 양식을 표방하지만 사실상 광고 수익모델의 다변화 전략에 불과하다면, 독자가 알아채지 못할 까닭이 없다. ‘낚였다’ ‘속았다’는 느낌은 독자를 냉담하게 만들 뿐이다.
언론의 또다른 잘못된 기대는 새로운 양식이 해법이 될 것이라는 어렴풋한 기대이다. 웹사이트 디자인을 바꾸고 뷰페이지를 손질하면 순방문자와 페이지뷰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은 순진하다. 콘텐츠 혁신 없는 디자인 개선은 순환계 장애에 빠진 환자에게 혈색 도는 메이크업을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게 시장에서 콘텐츠가 외면당할 때 언론사는 당황하고, 콘텐츠 만들기를 중단한다. 조직은 디지털 혁신 피로증후군에 빠져든다. 땅에 뿌린 씨앗이 모두 큰 나무로 자라지 않듯이 디지털 콘텐츠 기획은 10건 중 8건쯤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실패한 기획은 빨리 접고 나머지 혁신을 계속 추진하는 것 말고는 파고를 넘는 다른 방법이 없다.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뉴스 콘텐츠 소비가 급격하게 이동하면서 밀레니얼 세대를 포함한 젊은 세대의 독자들을 어떻게 포용할지 여부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14~21세 청소년층을 밀레니얼 세대를 뒤잇는 ‘K-세대’로 명명한 경제학자 노리나 허츠는 이들이 기존의 사회질서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을 신뢰하는 이는 100명 중 6명, 정부를 신뢰하는 이는 100명 중 10명에 불과했다. 기존의 언론 역시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불황 속에 언론 광고비를 졸라매고 있다. 기업 제휴나 광고를 기대하고 만드는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도 곧 한계점에 부딪힐 것이다. 디지털 시장에서 순수하게 콘텐츠로 부가수익을 내는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향후 5년 안에 언론사들의 존망이 위협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디지털 저널리즘을 어떤 방향으로 기획하고 끌고 가야할 지, 현재로선 정답을 쥐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결국 각자의 해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