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국에서 언론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유난히 잦다.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도가 센 시진핑(習近平) 정권의 언론·사상 통제에 대한 의도적 불만 표출인지, 아니면 단순 사고나 실수인지 진상이 애매한 사건들이다.
3월 초순 ‘충성스런 공산당원’이란 명의로 시진핑 국가주석의 퇴임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이 인터넷 언론 ‘무계신문(無界新聞)’에 게재돼 중국 당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시진핑 동지, 당신의 고압적인 반부패 운동은 공산당의 비리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이로 인해 공무원이 몸을 사리고 일을 안하는 바람에 경제는 악화일로에 있습니다. 반부패는 권력투쟁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계신문은 신장(新彊)자치구 당 선전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신문이다. 공산당이 엄격히 통제하는 관영 매체란 얘기다. 그런 매체에 이런 글이 올랐다는 건 두 가지 가능성, 즉 해킹 아니면 내부자의 소행으로 압축된다. 어느 경우든 시 주석에 불만을 가진 당내 반대 세력이 배후에서 움직였을 수 있다.
3월13일에는 신화통신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관한 기사에 ‘중국 최고지도자’라 표기해야 할 시 주석을 ‘최후의 지도자’로 표기한 것이다. 이 역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경우다. 중국 고위층, 특히 국가주석에 관한 관영 언론의 기사는 엄격한 사전 검열 과정을 거친다. 신화통신 교열부에는 가장 유능하고 노련한 사람이 배치된다. 철자법이나 비문을 잡아내는 것뿐 아니라 정부나 당의 방침에 어긋나는 표현은 없는지 이중 삼중으로 세세하게 걸러낸다.
과연 이번 사고가 실수였을까. 의문을 쉽게 떨칠 수 없는 건 그런 촘촘한 메커니즘 때문이다. 아무튼 이 사고로 3명의 기자가 정직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도 진상이 알쏭달쏭한 사건들이 중국 언론에서 여러 건이 일어났다.
그에 비하면 ‘런즈창(任志强) 사건’은 너무나 진상이 분명한 사건이다. 부동산 개발업으로 성공한 기업가인 런즈창은 ‘런 대포’란 별명으로 불린다. 최근에는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에 빗대 ‘중국의 트럼프’라 불리기도 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를 통해 직설적인 발언, 때로는 정부 비판도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의 웨이보 계정은 두달 넘도록 ‘접속 불가’다. 3700만 팔로워는 갈 곳을 잃었다.
사건은 지난 2월19일에 일어났다. 그 날 시 주석은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 3대 국영매체를 시찰했다. 시 주석을 맞은 언론사 간부와 기자들은 일제히 충성을 맹세했다. CCTV 스튜디오에선 ‘우리 CCTV의 성은 당입니다. 절대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당신에게 검열을 청원합니다.(央視姓黨 絶對忠誠 請您檢閱)’라 쓰인 자막이 흘러나왔다. ‘우리의 성은 당’이란 말은 ‘우리는 당의 자식입니다’라고 말한 게 된다.
짐작컨대 그는 이 피켓을 보고 분출하는 혈기를 참지 못했던 듯하다. 그가 웨이보에 남긴 글은 통렬했다. “어느새 ‘인민 정부’가 당의 정부로 바뀌었나. (언론이) 당비의 지원을 받고 있나. 납세자의 돈을 납세자를 위한 일이 아닌 곳에 낭비하지 말라.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관영 매체는 공산당 지도부가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해야 한다. 언론이 인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순간 인민은 버림받고 잊혀진다.” 그로부터 일주일만에 그의 웨이보 계정은 폐쇄됐고 ‘런 대포’는 관영 언론들의 뭇매를 맞았다.
런즈창을 반체제 인사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 그는 오직 혐의로 수감됐다가 무죄로 풀려나는 순간에도 “공산당과 함께 할 것”이라 말한 충직한 당원이다. 그런 그에게 중국 공산당은 2일 1년간의 ‘당내 관찰’ 처분을 내렸다. 당내 관찰은 중국 공산당의 징계처분 5단계 가운데 최고 수위인 당적박탈 다음으로 높은 징계다. 불과 이틀 전 관영 매체에 대서특필됐던 시진핑 주석의 점잖은 훈시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지식인 대표 70명을 불러놓고 시 주석은 이렇게 말했다. “지식인의 의견이 설령 정확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트집 잡거나 낙인을 찍고 몽둥이질을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