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역 신문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 지역이 존재하지 않으면 국가균형발전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수도권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거의 모든 경제가 수도권에 쏠리면서 우리나라의 ‘일극(一極) 체제’는 고착화됐다.
국가균형발전은 헌법적 가치다. 국가균형발전은 비단 몇몇 국책사업을 지방에 떼어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역사와 산업, 문화 등 종합적인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도권은 과밀화 해소에 따른 도시경쟁력 강화를 이뤄낼 수 있고, 비수도권도 국가공동체의 중심축이 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수도권 집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 정부에서는 불가능했던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규제완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원스톱’으로 진행된 사례가 적지 않다. 규제완화를 통한 수도권 집중화는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 세종시 건설과 관련된 논란을 거치면서 국가균형발전은 이미 여야의 공통과제로 자리잡았다.
최근 지역 신문의 생존권과 관련된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 논란도 국가균형발전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은 지역 언론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의 건전한 언론환경 조성을 위해 제정됐다. 19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강력한 주장에 따라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일몰시한은 오는 2022년까지 6년 연장됐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재원구조와 주요 사업이 언론진흥기금과 중복된다며 두 기금의 통합을 권고하며 사실상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은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목적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 때문에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는 특별법 무력화를 위해 선행적 조치로 오해받을 수 있다.
한국지방신문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 방침은 지역 여론을 무시하는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절차상으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이런 기금을 ‘효율성’의 잣대로만 평가해 일방적으로 폐지한다는 것은 특별법의 입법 정신을 무시하는 행동”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상민(대전 유성을) 국회 법사위원장도 기획재정부의 기금 폐지 방침을 강력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특별법에 규정된 2022년까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리는 무엇보다 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와 관련해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정한 절차를 통해 제대로 청취했는지 묻고 싶다. 지역신문 발전기금은 매년 10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그동안 전국 100여개 지역신문을 지원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욱이 지역신문 기금폐지가 오는 9월 시행될 예정인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일명 김영란법)과 연계될 경우 사안이 훨씬 심각해질 수 있다.
대부분 언론인들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김영란법의 입법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공직자 범위에 민간 언론사 종사자까지 포함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이 제기될 정도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 권고안이 24일 국무회의에 보고됐다. 하지만 지역 언론계의 반발과 기금관리 주체인 문체부의 반대로 지역신문발전기금 폐지는 어려워졌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기금 폐지 대신 기금 활성화를 위해 더욱 전향적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