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껏 소설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소설 '베이징 특파원' 펴낸 김동선 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

학원 재벌 2세이자 언론사 사주인 박태용의 아내 민경혜. 그는 중국 베이징 관광에 나섰다가 가이드를 맡은 베이징 특파원 장민호를 만난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민경혜의 삶은 장민호를 만나 변하기 시작한다.


70~80년대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을 지낸 소설가 김동선씨가 지난달 소설 ‘베이징 특파원’을 선보였다. 그는 “신문사 해외 특파원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장편소설은 국내 문단에서 처음”이라며 “인물 간의 갈등뿐 아니라 동북아시대 전망과 한국 교육을 바라보는 통찰도 담았다”고 설명했다.



간결한 문체와 현실적 인물 묘사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서 있다. 그도 1994년 시사저널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한 적이 있어서다. 주인공 장민호의 선배로 등장하는 김기철은 1980년 해직기자 출신이자 복직 후 베이징 특파원을 경험한 인물로, 작가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1969년 소설 ‘개를 기르는 장군’으로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그는 늘 전업 작가를 꿈꿨다. 하지만 서울대 대학신문과 기자협회보 편집국장(당시 편집실장)을 맡으며 조금씩 꿈과 멀어졌다. 특히 기자협회보에서 ‘언론 자유’를 외치다 온갖 고초를 겪었다. 그는 1980년 해직됐고 1년간 옥고를 치렀다. 당시 상황설명을 부탁하자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때 기자협회보는 신문 중의 신문이었습니다. ‘언론검열 철폐돼야 한다, 조선·동아 해직기자 복직돼야 한다’는 결의문 초안을 썼다는 이유로 잡혀 들어갔죠. 1979년 기자협회보 우리의 주장(사설)에 썼던 ‘언론의 자유를 다시 논함’ 때문에 표적이 된 것 같아요. 사석에서도 언론 자유를 논하면 안 되는 시대였으니까. 재판에서 3년 징역형을 받았고 1년 만에 특사로 풀려났습니다.”


자유의 몸이 된 후에도 어려운 생활이 이어졌다. “감옥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취직이 되지 않았다. 정권에 가로막혀 언론사 재입사는 생각도 못 했다. 1987년 가을 복직될 때까지 월간지 자유기고가로 살며 가족을 먹여 살렸다. 그 뒤 시사저널 등을 거쳤다.


그는 등단 후 40여년 만에 전업 소설가로 돌아왔다. 다음 소설도 9월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기자 이야기다. 제목은 ‘B신문사 여기자 자살사건’. 오래전 국내 언론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추적하며 완성했다.


일흔의 소설가는 연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나이에도 마음껏 소설을 쓸 수 있어 행복합니다. 많이 돌아왔으니 어쩌면 지금이 글을 쓰는 데 가장 적절한 때가 아닐까요? 이야기하고 싶은 게 무척 많거든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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