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플랫폼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이제 ‘인공지능(AI)’이다. 산업 플랫폼의 흐름을 보면 그렇다. 산업 플랫폼이 곧 미디어 플랫폼인 시대. 언론도 이제 본격적으로 인공지능 활용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개인용 컴퓨터가 대중화된 이후, 컴퓨팅 플랫폼은 비즈니스의 플랫폼이 되었다. 그 흐름을 돌아보자. MS DOS와 윈도,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 이 흐름을 이해하고 이니셔티브를 잡았던 기업은 각각 그 시대의 승자가 됐다. 플랫폼들은 십여 년씩 지속됐다.


PC 시대가 오자 언론사들은 이를 업무 효율화를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러나 인터넷 시대가 도래하면서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고가의 설비와 유통채널, 독자와 시청자를 갖고 있었지만 신생기업에 불과했던 포털에 의해 언론사들은 왜소화되었다. 이후 모바일 시대가 왔지만 플랫폼 이니셔티브 확보에 또 다시 실패했다.


이제 ‘모바일 그 이후’의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그건 인공지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번 플랫폼과 관련, 안드로이드를 만든 앤디 루빈은 앞으로 ‘인공지능이 들어간 디바이스 시대’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운영체제 개발로 모바일 시대를 연 그가 차기 플랫폼으로 인공지능을 꼽고 있는 것이다. 루빈의 생각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공지능이 비즈니스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기회는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그 모습 중 하나가 ‘개인별 맞춤 서비스’이다. 고객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해 개인별로 차별화된 맞춤형 정보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는 것. ‘똑똑한 개인 비서’ 역할이다. 그건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챗봇(chatbot)’의 형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이다. 메신저 상에서 인공지능을 토대로 인간과 자동으로 대화하는 소프트웨어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메신저 챗봇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미 여행업계에서 익스피디아가, 언론계에서는 CNN이 페이스북의 플랫폼을 이용해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챗봇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메이저 기업들도 챗봇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과거 사용자의 메시지에 자등 응답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챗봇은 이제 인공지능 기술과 결합하면서 기존의 인터넷 창이나 앱이 하는 역할을 대체해갈 것이다. 기업들은 챗봇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우리는 챗봇과 대화하며 검색, 뉴스 보기, 상거래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언론 분야에서도 챗봇이 독자 개개인과 대화하면서 데이터를 수집해 세세한 취향을 파악한 후 알고리즘을 통해 개인 맞춤형 정보를 제작해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에 인공지능이 커다란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얘기다.


이제 언론사 앞에 놓여 있는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는 비용 절감을 하며 언론의 전통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남는 방법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직접 IT기업과 경쟁하며 플랫폼 이니셔티브 장악을 시도할 수 있다. ‘AI시대의 네이버’가 되려는 길이다. 그런 경쟁이 버겁다면 페이스북 등이 구축할 인공지능 플랫폼 속으로 들어가 작지만, 자신의 영토를 구축하려 할 수도 있다. 두 번째, 세 번째는 ‘고전적인 언론’과는 다른 길이다. 고객 개인별로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종합정보를 제공해주면서 그걸 기반으로 콘텐츠 유료화, 개인별 광고, 대화형 커머스 등 다양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는 모습이다.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주도권을 상실했던 언론사들이 다음번 플랫폼에서는 자신의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당장 ‘인공지능’, ‘데이터’, ‘맞춤형 서비스’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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