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반대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길이었다. 그런데 그 길 위에 서 있다. 부끄러워지고 싶지 않아서다. 모두가 가길 꺼린다고 끝까지 모르는 척하고 싶지 않았다.”
출마 의지를 밝힌 그의 글엔 깊은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지난달 말 국민일보 노조위원장에 당선된 김나래 기자는 “오랜 고민 끝에 해야 할 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는 노조위원장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지난 6월 후보자 공고를 처음 냈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그 뒤로 두 차례나 연장했어도 마찬가지였다. 노조 공정보도위원회·노보편집위원회 간사를 맡으며 여러 번 출마 권유를 받아온 김 기자는 거절을 거듭하면서도 고심했다.
"1년간 휴직하고 해외에서 지내다 지난해 9월 복귀했어요. 다시 필드에서 기사를 쓰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었죠. 솔직히 노조위원장이 되면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그래서 모른척하려 했는데, 계속 고민하다보니 마음이 동하더라고요. 파업 이후 위축됐던 분위기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생각으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김 기자는 지난달 25~26일 치러진 노조위원장 선거에 단독 출마해 당선됐다. 96.3%라는 압도적 지지율이었다. 국민일보에서 여성 노조위원장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고민이 길었지만 후회나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다”며 “즐거운 노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11~2012년 파업 후 남은 후유증을 극복하고 싶다고도 했다.
“2002년 입사 후에 바라본 국민일보 노조는 경영진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조직의 균형추 역할을 해왔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파업 여파가 컸죠. 조합원들은 무기력감을 느꼈고 노조에 대한 기대치도 낮아진 것 같아요. 그런 고민을 해결해 나갈 겁니다.”
그러면서 ‘선후배 연대’를 강조했다. 노조위원장 혼자서는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믿고 따르던 선배들이 부장자리에 있고, 차장인 그가 후배들과 현장에 있으니 그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가 되고 싶다고 했다.
“먼저 후배들과 노조가 어떤 의미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싶어요. 노조는 조합원과 조직 전체의 고민을 좀 더 오래, 깊이 해야 하는 곳 아닐까요? 노조가 공론장이 돼야죠. 누구나 힘들 때마다 노조에서 고민을 나누고 함께 정답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노보 ‘곧은소리’와 공보위 보고서인 ‘공정보도’도 자주 발행할 계획이다. 그는 “건전한 내부 비판은 기자로서나 국민일보 구성원으로서 반드시 필요하다”며 “싸움을 위한 싸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말했다.
오는 16일 임기를 시작하는 김 기자는 한 후배가 “응원할게요. 의지도 할게요”라고 SNS에 남긴 댓글을 보고 큰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오래 고민한 만큼 부담감도 있어요. 하지만 재밌게 하고 싶어요. 저 혼자가 아니라 선후배들과 함께 하니 더 즐겁지 않을까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analist.or.kr